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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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다.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을 끝까지 다 읽을때까지도 계속 느껴지는 감정이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경영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동을 느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최근에 다시 출간되기전 10년 전에 서점 모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티핑포인트' 를 만났을때. 그리고 전설적인 책이 되어버린 '포지셔닝'을 읽었을때 느끼던 감동같은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다.

 

그런데 그 두 전설적인 책들보다 이 책이 더 깔끔하다. 티핑포인트보다 더 쉽게 읽히고 포지셔닝 만큼이나 일목요연하다. 그러면서 그 두권의 책들이 가져다 준 것 이상의 효용을 안겨주었다. 이 책을 읽기전과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세상을 보는 눈은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시나리오라는 방법으로 바라보는 것과,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예측의 눈으로 맞이하는 것과의 차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척 쉽다. 경영학 책들 중에서만 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재미까지 안겨다준다.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펼쳐볼 것인가, 자신의 직장에서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무척 친절하게 하나 하나 개념을 차례로 전개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않은 자리에서 결코 얇지 않은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다른 일을 하기 싫도록 만드는 대단한 흡인력을 가진 책이다.

 

한국사람이 쓴 책이다. 이제까지의 유명한 경영관계 책들은 대부분이 외서의 번역본이었다. '블루오션'도 한국사람이 쓴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블루오션의 막연한 개념전개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안겨다 준다. 이 책이 나에게 그토록 큰 감동을 준 것은 나도 나 나름대로의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고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그만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항상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히든 카드'와 '넥스트 카드'를 구상하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한번씩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여기저기서 따온 힌트들을 조합해서 만든 어슬픈 시나리오 플래닝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체계적이다. 그리고 무척 조직적이다. 물론 이 책의 개념들 중 대부분은 외국의 다른 저자들의 것들을 빌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예로들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과 이 책이 전개하고 있는 설득과정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다. 그러기에 자칫 다른 외서의 번역본으로 이런 내용의 책을 만났으면 깊이 몰입하지 못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이 책에 이토록 깊게 빠져서 논스톱으로 책 한권을 뚝딱 해치우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내가 읽은 책들을 다 좋게 평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은 좀 더 적극적인 칭찬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즉 숨죽이고 흥미로운 영화를 보듯이 이 책 한권을 해치우고 컴퓨터 앞에 않아서 휴식을 취하는 지금의 나는 이 특별한 책에 대해서 이런 특별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부피가 크고, 내용이 충실하며,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달리하되, 쉽고, 흥미롭고, 무척 영양가 많은 책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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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유종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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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세상을 살알가는 사람들 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전에 지인에게 요즘 스트레스가 심한가보지 하고 물었다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지구인도 있느냐라는 정곡을 찌르는 대답을 얻은 적이 있었다.

 

도대체 전 세계의 모든 지구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이 골치아픈 문제는 도대체 왜 생겨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박약한 경제지식을 지닌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가 가지고 있는 경기 순환에서 언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인것 같다.

 

몇 세기전 네덜란드의 튤립파동(당시 튤립 구근 하나의 값이 집한채의 값 정도였다고 한다) 부터 항상 버블은 있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분명히 눈에 보일수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미루어 온 점들이 눈에 뜨일수 밖에 없다. 내 눈에 뜨이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경제문제륻을 잘 분석한 책들을 찬찬히 읽으면설 깨닿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경제에 대해 위기의 정도를 깨닿게 해주는 책들도 있고, 찬찬히 요즘의 경제위기가 생겨나게 된 과정과 해법을 찾아가는 책도 있다. 최근 읽은 경제위기에 관한 저서들 중에 가장 눈에 뜨이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위기의 경제'이다. 이 책은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대부분의 1만원도 되지 않는다. 경제난을 따라 책값도 올라가는 추세와는 완전 반대이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CDS니 하는 것들의 의미를 확실히 깨달을수 있었다. 쉽고 조리있게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잘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달리 모기지로 산 집값이 대출금보다 쌀 경우에는 그냥 단순히 집을 포기해 버리면 된단다. 우리처럼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월급을 차압당하는 일이 없다는 뜻인것 같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서야 집값이 하락하는데 개인이 아니라 은행이 먼저 부실해지는 이유를 알 수가 있게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작은 부피에 꼭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튼실한 책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우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신용을 일으킬수가 있고, 버블의 규모도 훨씬 더 커질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이제껏 어떤 신문이나 방송,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내용이다. 브래튼우즈 채제, 금본위제, 플라자 합의... 같은 어려운 듯한 경제사의 주요 내용도 이 책은 쉽게 풀어낸다.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고수다운 깔끔한 정리이다. 이 책을 읽는 내 머리조차 맑아지는 느낌이다.

 

세계 4위의 외환을 보유한 한국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보다 더 취약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침착하게 설명을 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지나친 대외의존도가 외부충격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너무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우리경제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미국주도의 방만한 경제운영은 그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세계의 힘의 구도도 일정부분 변화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위해 지금부터 지혜를 모으고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요인에 지나치게 취약한 우리나라가지금 취하고 있는 정책들이 저자가 보기엔 그리 탐탁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책을 읽는 나에게도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우리는 왜 여기서 헤메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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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책 - 공황전야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새로운 부의이동

 
인상에 남는 구절.
page51
한국경제를 경제위기에 노출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부채의존구조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대외채무의 폭팔적인 증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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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의 탄생 - 미래 시장의 재편과 권력의 이동
모하메드 엘-에리언 지음, 손민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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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이 미증유의 위기.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도대체 얼마나 더 오래 진행될지, 도대체 얼마나 그 계곡의 깊이가 깊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위기. 흔히들 1929년의 대공황에 비견되는 이 위기에 대해서 이런 저런 책들이 쏫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비관론 일색인 가운데, 일부의 책들은 오히려 각국의 구제정책으로 전세계적 유동성의 증가로 다시 한번 엄청난 자산버블이 생길것이라는 정반대의 대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도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위기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아무도 제대로 알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대공황과 비견하지만 그때와는 많이 다른 사정들이 있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그 깊은 상처가 나기 전에 곪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과연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살려야 할지를 알수가 없는 이 답답한 상황이 사람들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더 큰 불안을 만들고, 줄어드는 자산보다 더 줄어들 자신에 대한 예측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돈이 있는 사람들이 더욱 돈줄을 죄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전과 같이 "이대로"를 외치는 일부 혜택을 받는 계층마저도 없이 어떤 포지션에 위치한 사람들이든 모두가 불안정에 몸을 떠는 현 상태에서는 어떤 처방도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다는 말이 정답인것 같은 느낌입니다. 모두가 현금을 부여잡고 어둠이 걷힐때까지 장기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기에 더욱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 상황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깜깜한 어둠을 밝혀줄 지혜를 찾고, 수요에 부응하듯 몇달 사이에 수없이 많은 책들이 저마다의 대답을 않고 세상에 태어나 서점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 '새로운 부의 탄생' 은 그런 따끈 따끈한 신간들과는 달리 2008년 초까지만의 전개양상을 바탕으로 쓰여진 1년이나 지난 '한물간' 책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새로이 출간되는 책들은 불과 한달전의 통계까지를 책의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답답한 마음에 그런 책들을 몇권 섭렵한 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머리가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은 책의 재목이 그러듯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쪽집게 같은 진단이나 처방을 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게 된 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과정을 처음부터 차근차근하게 다루는 학술서적이면서도 일반인의 이해를 쉽게 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올바른 촛불의 역활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솔직히 말합니다. 현 사태의 끝이 어디이며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수가 없다고. 그래서 이 책은 언제 이 상태가 끝이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각자가 저 나름의 처방을 내놓기에 바쁜 오늘날 원론적인 분석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드문 책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의 가치가 소중하게 느겨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위기는 그 자체로 제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과정을 통해서 생겨난 위기이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인 것이고, 그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대응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접근하는 방식, 이 책이 위기를 설명하고 위기를 분석하는 방식이 참 이치에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닐때 차근히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그 불이 어떻게 번져갈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오히려 불을 조기에 진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이 커져가고, 주위로 번져가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잘 파악해야 효율적인 화재진압을 할 수가 있듯이, 이 책은 대책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이 위기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 위기이며 이 위기에 같이 발을 담그고 있는 주체들. 주요 금융기관들. 각국의 정부, 국제금융기구, 국부펀드. 자원, 유동성들이 가지고 있는 휘발성과 그 휘발성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책입니다.

 

시원하게 답을 알려주는 족집게 도사보다는 우리의 가슴의 답답함을 통쾌하게 하지는 못하는 책이겠지만, 절대 틀릴수 없는 정석을 가르쳐주는 답답한 기본기를 가르쳐주는 담임선생님같은 느낌을 주는 책. 그래서 세상을 보는 시선을 확장하고, 서로 엇갈리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주장들 중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에 대한 능력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장기전에 될 가능성이 많은 오늘날의 위기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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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The Twilight Saga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 Little Brown and Company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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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약 이 책을 한글로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분명히 독특한 책이다. 

뱀파이어 문학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뱀파이어에 관한 책들이 많은 미국. 

그 중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계속 아마존의 베스트 순위에 오르는 것은 외일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녀라는 흔한 소재를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독자들의 애간장을 끊게 만드는 스토리 텔러의 힘일까. 

아니면 쉬운 문장이면서도,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영문의 힘일까.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작자의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독해의 속도가 빨라지고, 처음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사전을 찾아보기 귀찮은 게으른 사람도, 반복되는 단어의 의미를 알수가 있다. 

그런 재미와 독특한 소재, 당기고 늘이는 긴박감의 조화가 

이 책을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만드는 매력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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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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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3권에 걸친 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나는 다시 책의 표지로 돌라가서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그 유명하던 오쿠다 히데오가 쓴 책이 이런 것이었던가. 나는 책 저자의 이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이렇게 그 저자의 이름을 알고 기억해두고 싶어하는 때가 있다. 물론 책을 덮은 후에 가슴에 전해오는 감동의 정도에 따라서 하는 행동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요즘 서점가를 덮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현대문학들에 대해서 약간의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의 말처럼 '가볍기 한이 없으면서 귀중한 자원인 펄프만 축내는' 그런 책들이라고까지 혹평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의 인기 있는 일본소설, 특히 장르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책들에 대해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나도 많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연유로 그런 책들을 좀 읽게 되었다. 우연히 시립도서관에 갔다가 워낙 유명한 책이 눈에 띄어서 다른 책에 뭍어서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서점들이) 워낙 장르문학에 대해 많은 광고노출을 시키니까 궁금해서 읽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그 멋진 표지에 이끌려서, 때로는 우연히 신청한 서평단에 당첨되는 바람에 읽게 되기도 한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최근 몇몇 장르문학들을 읽으면서 이런 작품들에도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깊이가 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그 시대에 많이 읽히는 책들은 바로 그 시대를 반영하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나 또한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그런 책들에 대해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솔직히 고전들보다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오쿠다 히데오에게서 좀 특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느낀것은 그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최악'을 몇달전에 읽고 난 다음이었다. 장르문학같기는 한데 장르문학이라는 틀에 넣기에는 너무 강한 냄새가 나고, 그렇다고 문학이라는 고정된 틀에 담기에는 너무 매끄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작품에 대해 굳이 그런 분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작품성과 시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제 3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인 방해자라는 뜻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무척 흥미롭고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권으로 된 이 책의 2권까지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방화와 그것을 둘러싼 사건들의 전개. 평범한 삶과 경찰과 야쿠자의 등장.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얽혀지면서 느껴지는 그리 가볍지 않은 인생의 무게감 같은 것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3번째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나의 피부신경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뭔가 냄새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었인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3권의 시작에서부터 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속도감 있게 읽던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100페이지 가량은 더 느린 속도로 읽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서로 다른 위치에 선 그들이 내 밷는 삶에 대한 절규에 대해서, 이 힘든 세상에 매달려 삶이라는 것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슬픈 몸직들에서, 자신이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그 허망함에 대해서,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냐고 하는 물음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책이 적지 않다. 많은 문학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사람의 삶은 사실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잘된 책들이 말하는 것은 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럴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슬픔에 잠겨서, 때로는 희롱하듯이. 삶은 동일한데 그 삶을 변주하는 기법들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삶을 연주하는 또 다른 문학 카테고리의 대표작 쯤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내가 최근에 읽은 현대 일본문학중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 가장 깊은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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