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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1 - 보이지 않는 적,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영어 호스트라는 단어의 뜻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다. 그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숙주' 기생생물이 서식처로 삼아 기거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의미하는 생물시간에 배웠던 바로 그 단어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숙주는 바로 우리들, 즉 인간이라는 생명체이다.
사실 인간을 숙주로 살아가는 생물체들에 관한 SF영화들은 많이 접해왔었다. 단지 그것을 숙주{(호스트)라는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고 그냥 끔찍한 생물로 생각하면서 보았을 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들. 즉 에일리언 시리즈, 스타게이트, 임포스트,,, 그 외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 수많은 영화들이 숙주를 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들 영화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몸을 빼앗는 사악한 존재로서의 숙주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나는 숙주에 기생하는 생명체들은 무척 특별한 존재들이다. 다양한 작가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짜내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이 책의 작가의 상상력은 기존의 상상력과는 질감이 무척 다르다. 그것이 바로 문단에 데뷔한지 얼마안되는 이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대단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인것 같다. 최근의 문학 베스트 순위를 보면, 한국과 미국모두에서 이 작가의 전작인 트와이라이트가 10위 안에 들어있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어떤 시기에는 트와이라이트 시리즈 4권이 모두 아마존 인기 순위 10위안에 나란히 순서대로 들어 있는 것을 본적도 있다.
미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무조건 좋은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읽기에 상당히 흥미롭다. 대단한 반응을 일으킨 트와이라이트 시리즈에 비해서 오히려 더 깊은 감성적 매력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끌고 가는 책이다. 그 사이에 작가가 더욱 원숙해진 것이다.
트와이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전혀 새롭지 않은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뱀파이어 장르의 문학은 미국에서는 좀비문학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재생산을 되풀이 하는 흥미롭지만 질 낮은 문학으로 통용되는 경향성이 있는 대상이다. 문학의 질을 따지기는 좀 뭣하지만 소위 고급 독자들의 층과는 다른 타깃을 겨냥하여 쓰여지는 상업적인 문학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기본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존재에 대핸 상상력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침으로써 매우 매력적인 문학으로 재탄생을 시켰다. 더 이상 참신한 새로운 주제를 찾기가 힘든 오늘날, 오래된 소재를 강한 흡인력을 가진 새로운 힘을 가진 문학으로 재탄생시키는 작가의 재주는 정말 대단하였다.
그리고 위험과 두려움의 상징인 뱀파이어를 힘은 가졌으나 고뇌하는 존재로 승격시킨 아이디어와 치밀한 밀도의 심리묘사는 영어로 무려 2000 페이지가 넘는 그 책을 끝까지 탄탄한 긴장감과 아름다운 문체로 이끌어가는 원천이 되었다. 호스트는 나는 한글로 읽게되었다. 트와이라이트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다양한 단어구사 능력과 운율의 맛은 느끼기 힘들지만, 트와이라이트의 아류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또 다른 소재의 재탄생과, 여전히 이어지는 강열한 심리묘사의 힘은 이 책을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천천히 읽도록 만든 원천이 되었다.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장을 덮은 경험은 나이가 들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나에게는 상당히 이 채로운 경험이었다.
무척 매혹적인 책이다. 물론 사람마다 좋아하는 대상들이 다르겠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 소재, 새로운 접근법, 섬세한 심리묘사, 극단적인 상활설정, 그리고 카타르시스... 이 모든 면에서 충분히 괞찮은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다른이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적인 느낌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