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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00년경. 아마 그 언저리 어디쯤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위치하는 시공간의 배경은. 1900년과 1920년 사이쯤... 아마도 이 작가가 활동하던 시간대와 비슷한 그 시간대.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직진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강한 힘이다. 우리는 그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수 없고, 그저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몸짓을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의 흐름속에 태어났다 자신의 젊음을 한껏 뽐내고, 활짝 핀 꽃이 시들듯이 시들며 사라져간다. 마치 흐르는 물결들이 서로의 몸과 부딪히며 소근대는 소리를 내는 것처럼, 우리들 사람들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존재에 대해서 아파하고 기뻐하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것은 거대한 시대와 시간의 직진성이라는 흐름속에 존재하는 그저 물결소리같은 편린일 뿐이다.
그냥 막연히 피츠제럴드라고만 알고 있던 이 작가의 이름이 엄청나게 길다는 것은 이 책을 접하면서 부터였다. 유명한 장편소설과, 수많은 단편소설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 이 작가의 단편들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나온 이 책과 오래전 출판된 다른 출판사의 단편집 한권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서점에서 구할수 없다. 130편에 이른다는 그의 단편들이 출간된 횟수도 적지만, 검색으로 찾을수 있는 번역 작품중 아쉬운 두권 가량이 절판되었기 떄문이다.
그러나 위대한 게츠비를 쓴 위대한 작가의 단편을 읽지 않고 어찌 그냥 지나칠수가 있겠는가. 사실 나는 단편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가의 단편집만은 꼭 읽고 싶었다. 국내에서 구할수 없다는 그 아쉬움이 이 책에 대한 반가움을 배이상은 더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통일감을 가진다. 그래서 한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긴 장편 한권을 다 읽고 난 것과 비슷한 서사감을 느낄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중의 백미는 이 책의 표재작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겠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가준은 다를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과는 상당히 멀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은 그 시간대. 그 시간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아픔과 애환. 희망과 좌절. 그리고 삶이라는 것과 젊음이라는 것의 아름다움과 구차함에 대해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잘 느낄수 있는 책이다. 책을 덥고 다시 표지를 본다. 그제서야 표지가 이해가 된다. 사람들이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고 있다. 이 그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난 다음에 마음속에 그려지는 그림에 따라서 서로 다를 것이다. 그러나 지구라는 같은 행성에 존재하는 우리들이 이 책을 통해 느끼는 느낌이 그다지 다를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