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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 '오래 일하며 사는' 희망의 인생설계
마크 프리드먼 지음, 김경숙 옮김 / 프런티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앙코르란 연주가 끝나고 나서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여 다시 공연을 더 해주는 '앙콜'의 영어식 표현법(?) 이다. 미국사람들은 앙콜을 encore 라고 쓰고 또 그렇게 발음을 하는 모양이다. 왜 쉬운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앙코르란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다시 한번 더." 이것이 앙코르이든 앙콜이든, 그 단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인것 같다.
힘들게 일한 당신. 이제는 은퇴를 하고 편안하게 살아라. 삶이 지칠때마다 우리들은 그런 유혹에 살며시 넘어가곤 한다. 이제 몇년만 더 일하면 나도 안락한 은퇴자의 삶을 누릴수 있을텐데... 필리핀이며 말레이시아며 태국등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우리들에게 은퇴자금을 들고 자신들의 온화한 기후로 와서 골프나 치면서 가사일은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게 맡기라고 유혹을 한다.
그러나 요즘같은 경제위기에서는 편안한 은퇴를 꿈꾸는 사치보다는, 하루라도 더 직장에서 떨려나지 않고 몸을 보신할수 있는 끈질긴 인내와 두꺼운 안면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은퇴를 보장할 수 있는 자산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내가 챙겨줘야 할 식솔들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지금 전세계가 직면한 언제 끝날줄 모르는 이 미증유의 경제위기에서 은퇴를 운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위기가 끝나고, 떨어진 자산가치가 회복되었다고 해도, 바로 은퇴자의 평온한 삶으로 뛰어드는 것보다는 다시 한번 더 인생이란 것을 앙코르 공연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살살 꾐에 빠져들게 유혹하는 책이다. 세상을 규정하는 여러 요인들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구구조학적인 면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미국보다 더 심각한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지 않은가.
경기가 회복되고 더 많은 일자리와 일손이 생기게 될때, 그 인력들을 그때도 계속 동남아나 몽고에서 충원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일이다. 더우기 수가 줄어드는 젊은이에 대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급격한 노령화로 노인들을 수발할 인력을 젊은이들 중에서 찾는것이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결국 덜 건강한 노인을 더 건강한 노인이 돌보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미래현실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은퇴에 대한 유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말자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은퇴하지 못하는 삶이 아니라, 다시 한번 멋있고 보람된 인생을 살아보는 것, 멋지게 다시 인생이라는 공연을 앙코르로 살아보는 것. 그것의 미덕과 자랑스러움과 보람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미국의 현실과, 또 지금 우리가 당면한 경제적 위기에 미루어볼때 약간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의 내용은 반드시 귀담아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