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범죄학 - '상식' 속에 가려진 범죄의 진짜 얼굴
이창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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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범죄학에 관한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죄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재미없는 지식의 나열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무척 흐미롭게 범죄에 관한 이야기들을 펼쳐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범죄를 싫어한다. 그러나 우리들이 범죄를 좋아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범죄에 관한 언론의 보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갖는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라며 말을 하지만, 그런 사건을 어쩔수 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범죄를 다루는 영화나 범죄에 관한 드라마들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가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수사반장' 이나 요즘 미국드라마에서 유행하는 범죄관련 드라마들을 보면, 그 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영화는 또 어떤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추적자 같은 엄청난 흥행작도 끔찍한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가 아니가.

 

각설하고 패러독스 범죄학은 그 이름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책이다. 예전에 괴짜경제학이란 책이 경제학에 대한 뜻밖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경제학의 원리를 쉽고도 잘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이 바로 범죄학에 대한 그런 류의 책이라는 칭찬을 하고 싶은 책이다. 범죄라는 단편적인 사실들만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이 책은 범죄라는 것에 대한 조직적인 지식을 알려주어 단편적인 범죄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범죄학이라고 할만한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름에 대해서 한마디를 하고 싶다. 이 책은 패러독스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정통 범죄에 대한 지식을 우리에게 영양가가 있게 전해주면서도, 독자들이 무척 흥미롭게 읽을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우리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범죄지식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패러독스 범죄학이라고 할만한 것이지, 이 책이 결코 흥미위주로만 치우친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의 표지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무채색의 검은 눈동자. 우리들은 알든 모르든 범죄가 횡횡하는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범죄를 흥미로 읽든, 범죄도 하나의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읽든, 우리가 아는 지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독서를 하건, 범죄에 대해 우리가 잘못알고 있던 선입견을 고치기 위해서 읽던.... 이 책은 무척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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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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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무한 반복되는 인간의 삶의 끊임없는 것처럼,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 또한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동안 끝없이 되풀이 될 것 같다. 수많은 수의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똑같지 않은 것처럼, 수많은 뱀파이어들의 이야기가 나타나지만 그들의 이야기 또한 한결같이 똑같은 것은 없다.

 

우리들에게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북구의 나라. 그 환상적인 나라에도 아픔은 있다. 그곳이 아무리 복지가 좋다고 하더리도 천사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왜 아픔이 없겠는가. 왕따. 학업부진. 가정의 아픔들. 타인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자신들만의 슬픔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외롭고 쓸쓸하고 뒤틀린 인물들이다.

 

그런 뒤틀린 사람들의 삶에 비해 매혹적으로 느껴질만한 존재가 등장한다. 이제 12살 가량. 자그마한 아이일 뿐이다. 이 뱀파이어는 위협적이지도, 매혹적이지도, 좀비처럼 불사의 존재이지도 않다. 수많이 떼를 지어다니지도 않고, 그렇게 아름답다는 표현도 없다. 피가 뭍은 옷을 입고 걸어다니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 원피스 하나만 입고 다닐 정도로 지적인 수준도 낮다. 그런 모자람이 그를 둘러싼 차가운 가슴의 사람들고 묘하게 어울리며 이 책을 완벽한 하모니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 자신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피를 마셔야 한다. 생존을 위해. 인간이 굶주림의 극단에 몰리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듯이, 이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음식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음식에 대해 무자비한 식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또한 그는 존재론적 고민으로 먹을 것이냐, 죽을 것이냐를 가지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이 다른 뱀파이어들과의 차이점이다.

 

즉 이 책은 뱀파이어를 둘러싼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지만, 이 책은 뱀파이어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아픔에 관한 책이다. 복지국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아픔과 좌절, 소외 갈등 연민... 그런 것들이 묘하게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어울려 들어가면서 극적인 에너지를 끌어모아 우정과 사랑이라는 것을 피가 분출하는 소란속에서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매우 신선하고, 값싸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읽을만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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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인 서울 Agit in Seoul - 컬처·아트·트렌드·피플이 만드는 거리 컬렉션 in Seoul 시리즈
민은실 외 지음, 백경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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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그 단어의 어원은 사실 잘 모른다. 그러나 아지트라는 말은 왠지 불온한 느낌이 느껴지는 말 같다. 그 옛날 머리에 빨간 뿔을 두르고 다니던 공산주의자들이 잘 사용하던 말이 아닌가! 남에게 잘 알려지지 않게 꼭 꼭 숨겨두고 자신들만이 사용하던 비밀스럽던 장소! 아지트는 그래서 비밀스럽고, 은근하고, 잘 알려지지 않고, 그곳을 아는 사람들만이 찾는, 그래서 컬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도시에서 문화의 중심지라고들 불리는 서울로 쳐들어온지 어언 20여년. 한때 나에게 서울은 끝없는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해주던 도시였다. 서울의 거대함과 익명성은 아무리 길을 걷고 또 걸어도 서울을 다 알 수 없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무게로 느껴졌고, 아직 젊던 시절 나는 그 큰 도시를 정탐하고 나의 비밀 지도에 그려 넣는 것에 큰 탐험의 의미를 느꼈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수룩하던 직장 초년생시절. 나의 주말은 온전히 서울탐험에 바쳐졌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면 지난 주말 정탐했던 서울의 거리들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주요 사항들을 메모하고, 거리에서 얻은 예술관련 팜플렛을 고이 스크랩하면서 보내던 그 귀중하던 시간들, 지금도 내 책장에는 그때 모았던 귀중한 문화헌팅의 결과물들이 몇개의 스크랩북을 채우면서 고이 꽃혀져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젊은 날의 초상이었던 것이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모든 골목들이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 멋있어보였다. 서울지엔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그들이 보는 영화를 보고, 그들이 읽는 책을 읽고, 그들이 않는 카페에 않아서 그들이 지나가는 거리를 관찰하여 보았다. 그렇게 하기를 수년. 어느듯 나자신도 서울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문득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서울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너무 빈약한 것에 놀라고, 내가 그토록 의미를 부여했던 서울의 건물과 골목과 문화들에 대해서 너무나 덤덤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놀라곤 했다. 의미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 자신도 차츰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신비롭던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는 어느듯 나 자신에게도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 옛날 내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서울사람들의 무관심이 이젠 나에게도 전염이 되듯하다. 어느듯 나의 서가에는 유럽과 아시아와 아메리카에 관한 책들로 가득차버렸다. 나에게 이국적인 것이란 이젠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 되었다.

 

정말 서울은 이제 더 이상 탐험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 아지트라고 부를만한 소중한 의미부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몇해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나는 대상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대상의 모습과 이미지와 의미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일하 대상이라도 약간의 각도와 노출. 축약과 생략. 햇빛의 강도에 따라서 그 사물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곤 했었다.

 

이 책 아지트 인 서울은 나에게 젊은 시절의 감성을 다시 일꺠워준 책들이다. 사실 나는 그시절 참 부지런히도 서울을 훝고 다녔고, 이 책이 소개하는 길들 중 나에게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물론 거리의 모습과 그곳에 들어선 문화공간들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 책이 나에게 의미로운 것은 그런 새롱운 정보의 업데이트가 아니라, 내가 무감각해졌던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준 것이다. 이젠 나도 가까운 곳, 더 이상 탐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던 묵은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 옛날 서울사람들에 대해 내가 느끼던 그 답답한 느낌을 나 스스로가 풍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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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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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던 조선의 유명한 인무를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그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가지 책들에서 그 역사적 족적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된 간서치 같은 인물이다. 아는 것은 많고, 일생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지식에 쏟아부었던 지식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빛나게 하는 위대한 조상들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훌륭한 사람들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간서치라고 알려진 학문에 굶주렸으나, 정작 가족들의 굶주림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 하다 못해 책을 팔아서 쌀을 살 지경이 되도록 가족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존경의 대상이 될만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같은 것 말이다.

 

나는 책을 읽기를 좋아한다. 내 소망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견디는 것이 참 힘들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보람이 된다. 책을 읽고 지혜를 얻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이가. 그러나 지식을 위해 하루의 삶에 대한 성실성을 포기한다면, 그것일 진정한 지혜가 될 수 있을까.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신의 내부로 도망가는 비겁한 도피자가 될 뿐이다.

 

여기 한 여성이 있다. 무려 500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그 여성은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어머니, 할머니들의 할머니의 할머니이다. 우리들에게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성. 그를 우리는 신사임당이라고 부른다. 그가 남긴 그림들, 그가 키운 훌륭한 자식.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그 정도이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신사임당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새로 나온 지폐.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액권 지폐에 그 여성의 얼굴이 실렸다. 지폐에 얼굴이 실린다는 것은 예사일이 아니다. 그분의 업적을 우리나라 전체가 인정하고 기리기 위해서 그 얼굴을 싣는 것이다. 타국에서도 지폐의 얼굴은 그 나라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이거나, 그 나라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일 뿐이다. 신사임당이 지폐에 얼굴을 싫은 것은 단순히 율곡의 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인간 신사임당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소상히 알려준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 조선사회, 끝없이 다가오는 삶의 크고 작은 아픔들.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꿑꿑이 집안을 지켜내는 강한 여성이되,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가족을 지키고 일구어 가문뿐 아니라 나라에 큰 영광을 안겨준 여성. 그런 사람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기리고 기억해야할 위인의 얼굴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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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사 -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지구사 연구소 총서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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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역사 서술의 균형을 되잡자는 것이고, 약간 지나치게 이야기 하자면, 긴긴 세월동안 아시아 문명이 유럽문명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것을 밝히자는 감정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중일은 제각기 역사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우리야 당연히 우리의 역사의 우수성을 확신하지만,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인들은 그것을 역사조작이 아니라 자신들의 당연한 역사적 권리선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일본인은 일본인들대로 그들의 조선반도와 대륙에 대한 침입을,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제국에 먹힐지도 모르는 아시아의 땅을 그들의 힘으로 지켜낸 것이라는 생각을 자부심과 함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 더 큰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한국이 성하고 일본이 성하는 것과 상관없이, 근세에 이르기 전까지는 아시아의 문명이 서구의 문명을 앞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확장하면 이런 다른 시각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늘 지나치던 길을 우연히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친근한 골목은 잘 보이지 않아도 내가 사는 동네의 전반적인 모습은 더욱 뚜렷이 보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거대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거대사는 그 규모가 세계사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너무 크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거대사인 것이다. 세계사라고 말을 하지만 세계사 역시 보다 더 큰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친숙한 동네의 골목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기 떄문이다. 거대사라는 보다 큰 관점. 세계사를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때 비로소 깨닿게 되는 보지 못했던 것들의 모습.

 

시간적으로 빅뱅에서부터 우주가 형성되고 태양계와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 그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생명의 생김과 사라짐의 역사의 한끝에서 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이 태어나 지구에 번져가면서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 과정을 커다란 관점에서 바라볼때 동양과 서양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구분은 부의미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는 서로 교류해왔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거대사 혹은 지구사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다스린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보금자리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는 인간을 제외한 수많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무생물들이 있고,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즉 공기와 물과 흙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존재한다. 지구사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그런 물질들과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구성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환경문제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고, 이산화타소배출권에 대한 거래를 한다고 하자. 그것은 새로운 기술발전을 위한 국가와 국가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류의 공동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인류가 거주하기에 유용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지, 친화경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어느나라가 승리하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지구사라는 거대사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이해하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된다.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그만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그만 생물체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공기를 흡입하고,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인터넷을 통해 이 글을 작성하고, 전세계인이 공유해야하는 자원인 석유를 소비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인류의 지혜의 산물로 지어진 집에서 오늘밤을 보낼 것이며, 인류와 함께 지구상에서 살아온 곤충들을 피하면서 오늘밤을 보낼 것이다. 얼마나 멋진 관점인가. 나는 지구의 한 구성원이며, 이 책은 나의 그런 존재양식을 깨우쳐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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