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사 -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지구사 연구소 총서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유럽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역사 서술의 균형을 되잡자는 것이고, 약간 지나치게 이야기 하자면, 긴긴 세월동안 아시아 문명이 유럽문명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것을 밝히자는 감정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중일은 제각기 역사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우리야 당연히 우리의 역사의 우수성을 확신하지만,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인들은 그것을 역사조작이 아니라 자신들의 당연한 역사적 권리선언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일본인은 일본인들대로 그들의 조선반도와 대륙에 대한 침입을,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제국에 먹힐지도 모르는 아시아의 땅을 그들의 힘으로 지켜낸 것이라는 생각을 자부심과 함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 더 큰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한국이 성하고 일본이 성하는 것과 상관없이, 근세에 이르기 전까지는 아시아의 문명이 서구의 문명을 앞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확장하면 이런 다른 시각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늘 지나치던 길을 우연히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친근한 골목은 잘 보이지 않아도 내가 사는 동네의 전반적인 모습은 더욱 뚜렷이 보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거대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거대사는 그 규모가 세계사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너무 크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거대사인 것이다. 세계사라고 말을 하지만 세계사 역시 보다 더 큰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친숙한 동네의 골목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기 떄문이다. 거대사라는 보다 큰 관점. 세계사를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때 비로소 깨닿게 되는 보지 못했던 것들의 모습.

 

시간적으로 빅뱅에서부터 우주가 형성되고 태양계와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 그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생명의 생김과 사라짐의 역사의 한끝에서 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이 태어나 지구에 번져가면서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 과정을 커다란 관점에서 바라볼때 동양과 서양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구분은 부의미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는 서로 교류해왔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거대사 혹은 지구사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다스린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보금자리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는 인간을 제외한 수많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무생물들이 있고,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즉 공기와 물과 흙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존재한다. 지구사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그런 물질들과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구성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환경문제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고, 이산화타소배출권에 대한 거래를 한다고 하자. 그것은 새로운 기술발전을 위한 국가와 국가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인류의 공동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인류가 거주하기에 유용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지, 친화경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어느나라가 승리하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지구사라는 거대사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이해하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된다.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그만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그만 생물체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공기를 흡입하고,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인터넷을 통해 이 글을 작성하고, 전세계인이 공유해야하는 자원인 석유를 소비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인류의 지혜의 산물로 지어진 집에서 오늘밤을 보낼 것이며, 인류와 함께 지구상에서 살아온 곤충들을 피하면서 오늘밤을 보낼 것이다. 얼마나 멋진 관점인가. 나는 지구의 한 구성원이며, 이 책은 나의 그런 존재양식을 깨우쳐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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