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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도대체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무한 반복되는 인간의 삶의 끊임없는 것처럼,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 또한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동안 끝없이 되풀이 될 것 같다. 수많은 수의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똑같지 않은 것처럼, 수많은 뱀파이어들의 이야기가 나타나지만 그들의 이야기 또한 한결같이 똑같은 것은 없다.
우리들에게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북구의 나라. 그 환상적인 나라에도 아픔은 있다. 그곳이 아무리 복지가 좋다고 하더리도 천사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왜 아픔이 없겠는가. 왕따. 학업부진. 가정의 아픔들. 타인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자신들만의 슬픔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외롭고 쓸쓸하고 뒤틀린 인물들이다.
그런 뒤틀린 사람들의 삶에 비해 매혹적으로 느껴질만한 존재가 등장한다. 이제 12살 가량. 자그마한 아이일 뿐이다. 이 뱀파이어는 위협적이지도, 매혹적이지도, 좀비처럼 불사의 존재이지도 않다. 수많이 떼를 지어다니지도 않고, 그렇게 아름답다는 표현도 없다. 피가 뭍은 옷을 입고 걸어다니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 원피스 하나만 입고 다닐 정도로 지적인 수준도 낮다. 그런 모자람이 그를 둘러싼 차가운 가슴의 사람들고 묘하게 어울리며 이 책을 완벽한 하모니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 자신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피를 마셔야 한다. 생존을 위해. 인간이 굶주림의 극단에 몰리면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듯이, 이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음식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음식에 대해 무자비한 식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또한 그는 존재론적 고민으로 먹을 것이냐, 죽을 것이냐를 가지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이 다른 뱀파이어들과의 차이점이다.
즉 이 책은 뱀파이어를 둘러싼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이지만, 이 책은 뱀파이어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아픔에 관한 책이다. 복지국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아픔과 좌절, 소외 갈등 연민... 그런 것들이 묘하게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어울려 들어가면서 극적인 에너지를 끌어모아 우정과 사랑이라는 것을 피가 분출하는 소란속에서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매우 신선하고, 값싸지 않은 책이다. 그래서 읽을만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