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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홍콩
신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하는 일이 시간에 매여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 가장 크다고 한다. 자신에게 금지된 것을 갈망하는 마음 때문일까. 나는 시간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내 서재에는 아예 여행관련 책자들로만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 한두곳이겠는가. 멀어서 가기 힘든 대신에 책으로 허전함을 달래는 유럽, 미주대륙. 가까워 시간 날때마다 콩볶듯이 다녀오는 일본, 홍콩, 중국, 동남아. 그런 곳들에 대한 책이 적어도 한곳마다 서너권씩은 되니 책장 하나를 충분히 채우고도 책이 넘쳐난다. 자연히 매력이 덜한 책은 밀려날수 밖에 없다.
3.1절 연휴에 홍콩에 다녀오려고 계획을 세웠다. 짧은 시간에 비교적 긴 비행시간이지만, 홍콩은 다양한 시간대의 비행기 편이 있으니 마음먹기 나름이다. 사실 이번에도 다른 가고 싶었던 곳들에 대한 비행기 편이 벌써 꽉 찬 관계로 홍콩을 무박 2일로 다녀오는 힘든 계획을 세웠다.
홍콩만 따지면 이번이 두번째이다. 두번째라는 것은 참 어중간한 횟수이다. 처음의 가슴두근 거림은 사라지고, 서너번 갈때의 익숙함도 아닌 그 중간의 무엇. 이 두번째의 경험이 좋지 않으면, 그 도시는 내 그리움의 대상에서 멀어지기 쉽다. 그렇게 하기엔 홍콩은 너무 아쉬운 곳이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가. 그곳은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고. 나는 그 매력을 놓지기 싫어서 홍콩에 대한 책들을 있는대로 모아놓고 머리를 쥐어짠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편하다. 재미가 없어도 나 혼자 참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리더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시간을 아끼는 동선은 물론이고, 지난번 지나갔던 길과 겹치지 안으면서 새로운 테마를 제시할 루트를 짜고 교통편과 시간계획, 그리고 알맞는 식사계획까자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 그래야 다음 여행을 떠날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뭔가 새로운 정보, 새로운 시각, 새로운 분위기의 책이 없을까하고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갖 인쇄되어 나온 이 따끈따끈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존의 책을 가득채우고 있던 지도가 싹 사라진 대신에 이 책은 기존의 책들이 비중을 많이 두지 않던 테마들로 가득하다. 홍콩의 작은 섬들, 홍콩섬의 남부의 매력, 홍콩 젊은이들의 해방구, 홍콩의 먹거리들, 홍콩의 쇼핑...
이번 여행에선 반드시 애프터 눈 티를 경험하겠다는 계획은 이 책의 소개로 완벽하게 끝이 났다. 여러 호텔의 장단점과 가격까지 한눈에 비교해서 알수가 있다. 지난번 여행에서 바로 곁은 지나가면서도 빠뜨렸던 젊음의 광장도 챙길수 있었다. 지난번 보았던 우중충한 홍콩과는 달리 력셔리한 홍콩을 보여줄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콩의 애경을 보고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짧지만 알찬 일정.
역시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나 갈증이 있어야 또 다시 물을 찾게 되는법. 인생에서 갈망이 사라진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아직도 가보지 못한 도시가 있고, 찾아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사진에 담지 못한 풍경들이 있는 한 내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진일보한 책들이 내 갈증을 풀어주고 새로운 꿈을 피우고 살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