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슬픈 일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세상을 쉽게 쉽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듯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정말로 세상을 쉽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고 시간은 지나가고 사람들은 그 세월속에서 서서히 낡아간다. 그 낡아가는 이유들이야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세월속에서 낡아간다. 아름답고 고왔던 섬섬옥수도 거친손으로 바뀌어 가고, 반질반질 윤이나던 볼에도 주름이 생긴다. 주름은 피부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경험한 우리들의 가슴속에도 생긴다. 주름은 또 우리들의 머리속에도 생겨난다. 정말 크고 무서운 주름은 우리들의 영혼이라고 불리는 곳에 생기는 절망과 좌절이라는 이름의 주름이 아닐까.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소박한 꿈이 있었다. 세월이라는 무서운 풍파를 겪고 어른이라는 존재가 되어 문득 과거를 되돌아볼때 우리가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그 소박한 꿈의 과연 몇 % 가량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까. 삶에 대한 무조건적인 본능을 제외한다면, 과연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고맙기나 한 것일까. 왜 그렇게 삶은 우리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는 것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상처입어가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상처를 입어가는 과정을 세세히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어가는 글이다. 흥미롭지만 아프고, 잔인하지만 동감하지 않을수 없는 내용이 독자들에게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이 책에는 또 바구미나 무당이나 영혼을 보는 사람이니 하는 무속적인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것들은 이 책에 독특한 장식적인 요소가 되면서 동시에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삶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세상이 너무 아파 더 이상 그 세상을 견디어 나갈수 없을때 사람들은 또 다른 세상,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요한 나라로 이주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 세월은 흘러간다. 내가 없는 시간에도, 내가 존재하는 시간에도 그 잔인한 세월은 멈추지 않는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모든 아픔을 두루 경험해보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경험이라도 경험하지 않은 것보다 낫기 때문일까.그래도 삶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무슨 마음으로 이런 시퍼런 칼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