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기자의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
김수현 지음 / 음악세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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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국의 김수현기자. 지금은 문화부 기자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문화부 기자이고 싶어하고, 자신의 속은 영원한 문화부 기자인 그녀가 쓴 책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 책은 그녀가 기자로 일하면서 보고 느끼고 즐긴 문화인, 문화작품, 문화경험에 대한 '수다'이다. 자신의 말대로 정색을 하고 쓴 비평이 아니기에 더 푸근하고 더 조근조근한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녀의 관심사는 넓고도 크다. 연극, 공연, 클래식, 대중가요, 미술, 뮤지컬 등등 문화라는 이름이 붙을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그녀와 같이 문화에 대한 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직접 즐기지 못한 문화에 대한 대리체험을 할수가 있고, 자신이 아는 예술가나 자신이 본 공연에 대해서라면 자신의 느낌과 그녀의 느낌을 비교할 수 있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던 자료를 얻을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동시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다 읽고 나서도 다시 되풀이 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이 그만큼 알차기 떄문이다. 논리를 차근차근 세워서 쓴 이론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느껴지는 그 진한 감동은 진하게 고아낸 육수의 맛처럼 음미할 수록 더욱 짙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화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자신 스스로가 문화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요즘 같이 독서인구가 적다고 하는 시대에 이 책을 읽을만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거의 한번씩은 이 작가처럼 '문청' 이 되어보거나, 문화관련 단체의 어귀를 어슬렁거려본 경험이 있을 터이다. 그러나 삶은 우리들 모두에게 문화인이 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생활이라는 이름의 전선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다보면 젊은 날의 꿈들은 저만치 물러나 있기 마련이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다시 문화라는 것을 찾을려고 보면 이미 자신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바로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같은 책이다.

 

문화인은 아니지만 문화에 대한 갈망을 끊지 못한 사람들. 바로 그들을 위한 영양가가 듬뿍 들어 있는 책을 원한다면 나는 서슴 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문화를 가득 담은 책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미소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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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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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에 이미 밝혀진 수학에 관한 이론을 얻은 사람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도용한다면. 그리고 그 엄청난 수학적 지혜를 가지고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는 다면. 그리고 그 명성을 가지고 단순한 학문만이 아니라 현실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면. 명예와 권력을 위해 젊은 시절에 가졌던 학문적 소명을 잊어버리고 욕망에 물든 추악한 노인으로 바뀌어간다면... 이 책은 바로 그런 설정하에 쓰여진 책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피타고라스가 이 책이 설정한 바로 그 현자의 모델이다.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위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피타고라스가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고대 그리스에서 피타고라스라는 인물이 차지하고 있던 명성과 그가 만든 학파라는 아이디어만을 빌려와서 만들어낸 픽션인지 알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의 상당부분은 실제 그리스 식민지들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형식을 잘 담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여러가지이다. 우선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다. 흥미롭지 않고서야 그렇게 빠르고 몰입해서 책을 읽을수가 없다. 또한 책의 소재가 무척 독특하다. 수와 기하학에 관한 비밀을 밝히려고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들이 살아가는 독특한 세상과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많은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보내던 고대의 그리스에 대한 생생한 사실적인 묘사를 접할 수가 있다.

 

물론 이 책은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음모, 권력, 살인, 사랑, 배신.... 같은 여러가지 코드들이 같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런 매력적인 코드들이 고대의 그리스라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과 수학을 소재로 하는 또 하나의 독특함들 속에서 유기적인 결합을 함으로써 이 매력적인 재미를 갖는 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저자 자신이 수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본격소설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소위 장르 소설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많이 뒤쳐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장르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웅변할 뿐만 아니라, 그 소설의 무대가 우리나라나 그 주변이 아니라, 아득한 고대로, 머나먼 나라로 옮겨서도 얼마든지 멋진 작품을 이루어 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장르문학계에 신바람을 불게 해주는 멋진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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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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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예전에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실베스타 스텔론이 주연을 한 것으로 기억나는 그 영화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미군들이 그들을 잡아들인 독일군과의 축구시합을 하면서 탈출을 기도하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영광의 탈주'라는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 영화는 포로라는 신분상의 불이익과 형편없는 시설, 체력등을 극복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게임도 이기고 탈출도 시도하는 감동을 준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이라는 이 책은 그 영화처럼 그렇게 극적인 장면은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는 현실적인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설적이고 영웅적인 일일 벌어지는 법이 좀처럼 없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리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치범들이 모여있는 육지에서 떨어진 섬속에서의 생활에서 축구경기를, 그것도 FIFA규정을 지키면서 리그를 만들어서 오랜 시간동안 운영한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용기고 시도가 아닐수가 없다.

흑백차별이 없어지기 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었던가.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항거를 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육지와 떨어진 그 외딴 쓸쓸한 섬으로 옮겨져서 기약없는 감옥살이를 해야 했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에서 절망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수 있는 꿈을 설정하고 어려운 노력끝에 그 꿈을 이루어내고 발전시키는 그들의 노력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땅. 섬에 떠내려온 나무와 그물로 골대를 만들고, 자신들이 직접 땅을 골라 만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축구장. 그곳에서 그들은 혼신을 다해 축구에 매달렸고, 그 경기를 지켜보면서 열광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기약없는 잔인한 세월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텅 빈 시간만에 가득한 유배지의 비루한 삶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 없지만 하루하루 에너지를 충전시켜줄 새로운 시합을 찾아 도전하는 힘에서 그들은 세월의 잔인함을 이길 동력을 얻은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거짓말처럼 백인정권이 물러나고 흑백차별이 사라진 남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그 섬에 같이 유배되어 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 흑백차별이 없어진 그 자유로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바로 올해에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가. 그 외로운 섬에서 땀을 흘리며 꿈을 꺼트리지 않으려 애쓰던 그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쾌거가 아닐수 없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게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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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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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게 어떠냐?" "뭐 그저 그렇지. 그냥 견딜만 해." " 다행이다. 큰 어려움이 없어서..." 나는 이런 식의 대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큰 일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을 살아가는 것. 혹시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자랑을 하기보다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감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묻게 해준다.

 

행복의 조건을 설명하면서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데이터가 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소개한 경우가 많은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을 받고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문득 자신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계기에 의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가보다.

 

늘 삶이란 것에 대해서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숨가쁜 일상을 소화하다보면 '행복'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한다.(나의 삶의 경향 떄문일까?) 나는 서점을 지나가다가도 행복론, 지혜론... 같은 책들은 씩 웃으면서 진열된 서가를 지나가곤 한다. 내가 충분히 행복하거나, 충분히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바쁜 세상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내 가슴에 그런 책들이 하는 말들이 들어올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약간 특이한 이유는 이 책은 대부분의 그런 책들처럼 철학자나 현인이니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정신과 의사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드물게 대규모, 장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진 전향적(prospective study)를 바탕으로 한 책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전향적 연구가 얼마나 어렵고, 또 전향적 연구의 결과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두말할 필요가 없이 잘 이해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만은 별다른 거부감이 없이 내가 다른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지적인 호기심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독서의 경험은 상당히 경이로웠다.

 

사실 이 책의 원제목은 "well aging" 이다. 잘 늙어간다는 것. well being 의 원래적 의미가 그렇듯이 well aging 의 내용도 단순히 건강하게 늙어간다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늙어간다는 뜻이 아니다. 전인적인 관점에서 (heuristic perspect), 또 존재론적 관점에서 하루 하루를 건강하고 보람되게 시간을 뒤로 흘려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잘 늙는다는 것은 결국 잘 살아가는 것의 결과론 적인 것이고, well being 과 well aging은 서로 다르지 않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요소들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 신분, 부모의 성격, 가족내의 상관관계, 체격조건.... 그러나 상당히 적절한 대조군까지 갖춘 이 보기드문 대규모 연구의 결과는 어떤 상황에서건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정신적인 성숙(mature)을 해나가는가에 따라서 그들의 삶이 바뀐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사회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그들의 결혼에서의 성공, 노년의 보람, 노년의 활동성과 역동성들 같은 광범위한 요소들이 그들이 운명적으로 대해야 했던 환경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살아왔는가에 따라서 크고 광범위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사용한 방어기제에 따라서 평균적인 수명까지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수가 있다. 이 연구에서 성공적인 노화를 이룩하여 행복한 노년을 누리는 사람들 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성장기에 그리 좋지 않은 방어기제를 사용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람의 내면적인 성장은 신체적인 성장이 멈춘후에도 평생에 걸쳐서 일어난다. 즉 우리들에게는 언제라도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꼭 성취의 양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하루의 순간을 어떻게 잘 살아가는 것이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 행복은 다름아닌 well being 이다. 샤르트르의 저서 "To Be or To Have(소유냐 존재냐)" 에서의 존재론적인 의미의 be 를 살아가는 것이 being 이 아닐까 생각한다.

 

훌륭하고 보기드문 의학적 사회, 심리 과학적 연구결과를 숫자로 범벅이된 과학자들이 언어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풀어놓은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다. 이런 저자야 말로 well being 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역시 이 책이 추천하는 긍정적인 방어기제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많은 지적도전을 받았고 존재론적 성찰의 기회를 얻었다. 이 책 이후의 내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서가에 넘치는 다른 많은 책들 중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보물들 중 하나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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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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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인 행복이란, 과연 어떤 모습의 것일까를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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