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까마득한 예전에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실베스타 스텔론이 주연을 한 것으로 기억나는 그 영화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미군들이 그들을 잡아들인 독일군과의 축구시합을 하면서 탈출을 기도하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영광의 탈주'라는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 영화는 포로라는 신분상의 불이익과 형편없는 시설, 체력등을 극복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게임도 이기고 탈출도 시도하는 감동을 준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이라는 이 책은 그 영화처럼 그렇게 극적인 장면은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는 현실적인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설적이고 영웅적인 일일 벌어지는 법이 좀처럼 없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리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치범들이 모여있는 육지에서 떨어진 섬속에서의 생활에서 축구경기를, 그것도 FIFA규정을 지키면서 리그를 만들어서 오랜 시간동안 운영한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용기고 시도가 아닐수가 없다.

흑백차별이 없어지기 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었던가.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항거를 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육지와 떨어진 그 외딴 쓸쓸한 섬으로 옮겨져서 기약없는 감옥살이를 해야 했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러나 그 현실에서 절망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수 있는 꿈을 설정하고 어려운 노력끝에 그 꿈을 이루어내고 발전시키는 그들의 노력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땅. 섬에 떠내려온 나무와 그물로 골대를 만들고, 자신들이 직접 땅을 골라 만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축구장. 그곳에서 그들은 혼신을 다해 축구에 매달렸고, 그 경기를 지켜보면서 열광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 기약없는 잔인한 세월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텅 빈 시간만에 가득한 유배지의 비루한 삶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 없지만 하루하루 에너지를 충전시켜줄 새로운 시합을 찾아 도전하는 힘에서 그들은 세월의 잔인함을 이길 동력을 얻은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거짓말처럼 백인정권이 물러나고 흑백차별이 사라진 남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그 섬에 같이 유배되어 있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 흑백차별이 없어진 그 자유로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바로 올해에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가. 그 외로운 섬에서 땀을 흘리며 꿈을 꺼트리지 않으려 애쓰던 그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쾌거가 아닐수 없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게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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