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 - 화가 이인경의 고대 도시 여행기
이인경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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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고개를 넘어선 중년 여성. 이름하여 아줌마다. 그러나 푹 퍼진 아줌마라고 할 수는 없다. 나름 명문대를 나와 유학까지 마친 여류화가가 아닌가. 내가 몰라서 그렇지 제법 이름이 알려진 화가인지도 알 수 없다. 여하튼 그 중년의 여류화가가 아줌마의 정체성을 가지고 지중해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스, 이스라엘, 이집트. 즉 동부 지중해의 세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사진이 적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나오는 휘황찬란한 사진으로 도배된 여행책들과 비교할때 적다. 무척 적다. 그렇지만 저자가 꼭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은 다 있다. 오히려 일반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는 사진들이 있다. 이 책은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적다.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과정과 루트, 볼거리, 식사와 숙소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 책은 순수하게 저자가 여행에서 마주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여행에서 우리는 관광지만 만나는가. 아닐 것이다. 관광지에 깃든 사연들과 만난다. 또 관광지에서 우리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과도 만나다. 그래서 여행은 대상을 만나는 것이지만, 그 대상과 나와의 만남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가장 잘 구현한 여행책이다.

 

휘황찬란한 사진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밋밋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많지 않은가. 천편일률적인 책이 아니라, 그 여행지에 깃든 다른 사연들이 그리운 사람들, 그 여행지에서 어떤 이는 무엇을 보았고, 무슨 생각을 마주했는가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딱 그런 책이다. 가득한 글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매혹적인 책이다.

 

중년의 여성이, 일상에 매어있던 한 인간이, 기독교와 그림의 세계에 경도된 사람이 그 동부 지중해에서 무엇을 만났는지 궁금하다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무라까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와는 좀 다르지만, 책의 구성이 그와 조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진보다는 글이,  여행 정보도다는 여행의 체험이 더 그리운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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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품 여행지 - 해외여행 뺨치는
홍기운 지음, 권기왕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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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지에 관한 책이지만 그 구성이 독특하다. 세계의 유명 여행지와 그와 유사한 우리나라의 여행지를 병치 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에 관한 책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런 구성을 가진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외 여행지와 그와 유사한 국내 여행지를 같이 소개한다고 하지만, 역시 이 책의 촛점은 국내 여행지이다. 책의 면수와 내용면에서 국내의 여행지가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실 비슷한 여행테마를 가졌다고 하지만 여기에 나란히 소개된 해외의 여행지 사진을 보고, 그와 유사하다고 소개된 국내 여행지의 사진을 보면 한참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애국심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외국의 명소들에 대한 상당한 정보가 공유되는 오늘날에는, 더 나은 곳이 더 낫다고 인정하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 책에 소개된 해외의 명소들은 전세계에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곳들이 아닌가. 그와 유사한 곳을 이 좁은 국토에서 찾아내었으니 동일한 테마의 여행지를 대한민국 베스트원이 모두 전세계의 베스트 원 보다 낫거나 같은 수준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이다.

 

그러나 이 책은 훌륭한 소용이 있는 책이다. 꿈이 그리던 해외의 여행지를 그리면서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정겨운 우리나라의 국토를 돌아다닐 모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국내 여행지 중 일부는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또 상당히 많은 부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곳이 많다. 그동안 잘 알지 못해서 가까운 곳에 두고도 가보지 못한 많은 곳들을 다니면서, 내가 가보긴 힘들지만 그리워하는 그 멋진 해외여행지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들이 여행전문가라고는 하지만, 그토록 다양한 나라의 유명 관광지도 아닌 곳들을 어떻게 그리 구석구석 돌아다녔는지,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국내의 여행지마저도 빠짐없이 훝고 다니는 열정은 높이 사줄만 하다. 그리고 이들이 찍은 사진의 매력도 높이 사 줄 많다. 멋진 외국 여행지의 풍광만이 아니라, 한국의 여행지의 경치들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보면 정말 대다한 모습으로 보인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자신이 보는 것을 담아내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이다.

 

여행은 나에게는 사람이 살아가는 희망의 원동력이다. 오늘은 국내여행에 만족하며 살아가겠지만, 언젠가는 해외의 명소들을 찾아가 보고 싶다. 패키지로 짐짝처럼 실려다니는 속전속결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맛보는 느긋한 여행을 누릴 미래를 꿈꾸면서 팍팍하 오늘을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삶을 살아갈 목표와 희망이 필요한 법이고, 나에게는 바로 그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책에 실린 국내와 해외 여행지를 꿈꾸면서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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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함규정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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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고 해도,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는 없다.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보다는 때로 실수도 하는 사람이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따라서 감정을 꼭꼭 묻어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잘 못 사용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감정을 감추고만 살수도 없다. 결론은 감정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감정에 휘들리지 말고 감정을 잘 다스려서, 내가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의 일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과 이성의 공존. 이성의 컨트롤 하에서 발현되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현. 그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 

말은 쉽지만. 어떻게 그렇게 감정을 잘 사용한단 말인가.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그런 고민을 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 있을수 있는 다양한 상황하에서 어떻게 우리들의 감정을 잘 사용할 것인가. 때로는 고집도 부리고, 떄로는 굽힐줄도 아는 감정의 사용법에 대한 원리와 비결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감정은 대인관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감정은 자시자신에 대한 것일게다. 그래서 이 책은 처세로서의 감정조절만 다루고 있지 않다. 책의 말미에 상당한 부분을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를 다루는데 할애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다독거려야 직장에서도 감정을 잘 사용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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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완심 緩步緩心 -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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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지만 요즘은 그런 책들에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정신 없이 살아가야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특징이 아니던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말이 정신없이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분위기를 체험하고 돌아온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느림의 미학을 모르는바 아니다. 느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느리게 삶을 음미하고 삶의 매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디 그렇게 살 수 있게 세상을 만들어 놓고 그렇게 살아보라고 하라. 이 세상의 문법은 느림은 게으름이고, 게으름은 낙오라고 말한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버리기 전에 사다리를 올라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느리게 살아라는 것은 두 부류의 사람들 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미 사다리 위쪽에 있는 사람들. 그래서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 첫째다.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사다리의 아래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치열하게 싸워서 사다리를 올라가기를 그만 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의 느긋한 삶을 즐기면서 사다리 위의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그들과 같아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너무 극단적으로 보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비정치적인 행위들이 결국은 정치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아닌가.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투표를 기권하는 것은 그 나름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던가. 느리게 살아간다는 것도 역시 정치 경제적 의미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그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평화롭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의 모습이 달라보인다. 느리게 가는 사람이 멀리 가는거 같고,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혹 느린 것이 더 빠른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란 말인가. 

각박한 세상에서, 혹은 나 스스로가 각박하다고 규정한 세상에서, 홀로 외로움에 떨면서 지내던 아픈 마음에. 이 책은 큰 위로가 되는 책이다. 홀로 외로이 달려가다 쉬고 싶을때, 지쳐서 약간의 위로가 필요할때. 이 책의 고운 말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얻을수 있을 것 같다. 느리게 가는 것이 진정 빠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고된 발길에 위로가 되는 것은 틀림없을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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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한계 -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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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들은 저자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지에 관해 이렇게 많은 감탄을 하면서 읽었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한 마디로 대단하 수고의 결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들은 저자가 정교하게 짜맞추어진 논리적 결합을 통해서 한발 한발씩. 한가지 한가지 논리를 늘려가면서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늘려가는 과정이다.

 

이 책에 실린 뇌의 비밀에 관한 모든 연구를 저자가 혼자서 다 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러가지 연구결과들 중에서 저자의 생각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결과들을 추리고, 그것을 뇌과학에 대해서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일반 독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를 두고 저자가 기울여야 했을 수많은 고민들의 결과로서 일반인인 내개 마침내 '그렇구나... 뇌는 이렇게 해서 우리를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드는 구나' 라고 이해하게 만들기 까지는 실로 무한하다고 할만한 노력이 기울여 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단순히 '뇌는 이렇게 저렇게 움직인다.' 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자신의 논지를 설득시키는 책이다. "뇌가 이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이런 예들을 통해서 볼때 정당하지 않겠습니까?" 책의 매 페이지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과정으로 진행을 반복한다. "앞의 논의를 근거로하여 다음 사항을 생각하면, 뇌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겠지요?"

 

단순히 '뇌는 이렇게 작동하는 법이다.' 라고 말하는 책과, 이런 저자의 수고를 통해서 뇌가 작동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건 그런가 보구나" 와 "아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설득력이 있어보이는 구나!" 의 사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앎이라는 단어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로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적을 위해서 저자는 이 대단한 수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약간의 수고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 단락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닳음을 얻는 기쁨이 찾아오지만, 매 단락을 읽을때마다 저자의 논지에 집중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저자의 설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 치루어애 할 정당한 수고로움인 것 같다. 왜 흥미롭고 재미있는 쉬운 읽을 거리들을 두고, 저자뿐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그런 수고를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다루는 것이 우리들 자신의 뇌와 우리들 자신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안다는 것을 아닌가. 어떻게 나의 뇌가 나를 규정하는가. 어떻게 감각과 경험이 판단을 만들어 내는가... 수많은 의문들이 이 책 속에서 자신의 답을 가지고 우리들에게 이해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척 알고 싶었던 질문이고, 무척 기특한 대답들이다. 존재론적 고민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속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는 매우 값진 책이기에 독서의 수고로움을 독서의 기쁨이 압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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