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평점 :
청어와 대구에 관한 책이라고 하는게 정확할 것 같다. 청어와 대구 어업. 그리고 그 어업을 둘러싼 세계의 모습과 세계의 흐름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37가지. 일렇게 풀어서 설명하는게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일 것 같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청어와 대구떼가 중세와 근세 유럽의 역사에 미친 영향이 무척 크다는 것이 여러가지 인문역사서의 독서에서 거듭 확인 되고 있다. 처음에는 '' 그런가보다...' 라고 막연히 새로운 지식의 목록에 추가 했을 뿐이었는데, 생선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가지 책에서 거듭 확인되면서 '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던가? '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청어와 대구에 관한 이야기만 콕 집어서 한권의 책으로 엮은 이 책을 읽고서야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세상에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오늘날 소위 '수산국' 우리가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생선소비량. 생선이 중요한 주식중 하나이던 시절이 그렇게 긴 새월동안 유럽에 있었다는것을 ' 발견' 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럽인의 식사량의 거의 절반이 생선이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가 정했던 일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식일'에 먹을수 있었던 음식중 셍산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일년의 절반을 생선만으로 하루세끼를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양의 생선을 잡고, 보관하고, 운송하고, 그에 따른 경제가 발전하며, 부의 이동에 따라 유럽국가들의 세력균형이 변해가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마치 오늘날의 석유경제에 비교할만한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시절이 수백년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훗날 역사가들이 오늘날의 세계에 대한 역사책을 쓰면서 석유문제를 쏙 빼놓는다면 그게 온전한 역사책일수가 있겠는가 ?
당시를 살던 사람들의 글에서 '물고기 떼 사이에 장대를 꽃아 놓을수도 있을것' '물고기 알이 다 부화한다면 바다를 걸어서 건널수도 있을것'아라는 표현을 찾아볼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생선이 가득하던 그 시절의 바다. 그리고 그것을 주식의 하나로 삼으며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잘 그려진 것이 세계사를 바꾼 청어와 대구의 이야기이다.
이런 책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과거를 더욱 온전한 모습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어간다. 전쟁사. 왕조사로 이해해오던 서양사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쉽고, 흥미로운 책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들 아시아 바다에 대한 역사도, 아시아의 생활사에 대한 깊고 흥미로운 저술들도 좀 더 활발히 출판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전히 멀리 떨어진 저쪽 지방의 역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