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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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실으로 남녀관계를 풀어 낸 소설이 또 있을까?

27P.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사랑을 시작 할때에는 온 마음을 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 사랑을 유지 시키기 위해서는 가진 힘을 다하지 않는다.
연인이 되고 그 관계가 좋게 유지되어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것이 관계의 결말(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이라고 무심결에 생각 하는 것 같다.
신혼때에는 데이트를 하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나 한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설레임에 부풀어 마냥 좋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어 무뎌질 때쯤에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수순을 밟고 아이가 태어나면 신기하고 기쁘고 새생명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부부.
또 그 일상이 반복.
이 쯤 되면 결혼하기 전 매력이라고 느껴졌던 것들이 단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콩깍지가 벗겨졌다라고 표현 하면 될까.
서로에게 무관심하기도 하고 우선순위는 상대방에게서 아이들로 바뀌고 그것들이 당연한듯하면서도 섭섭하기도 하고 그 섭섭한 마음 때문에 성숙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별 것 아닌 일로 큰소리로 다투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의 다툼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그저 눈치보기 바쁘다.
그런 아이들이 가여워 어쩔수 없는 화해를 하고 미처 다 풀리지 않은 기분은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은 곳에 밑줄을 그었다.
다 내마음 같아서.

191p.~193p.
목요일 저녁 7시가 막 지난 시각이다. 오늘 아침부터 라비는 네 번 회의에 참석하고, 형편없는 타일 공급업자를 상대하고, 세금 환급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그의 바람이다), 새 재무 이사가 3/4분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그렇지 않으면 좀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고객 회의를 위한 계획에 뜻을 같이하게끔 하려고 애를 썼다. 출퇴근길에 붐비는 버스에서 30분씩 서 있어야 했고, 지금은 정류장에서 집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그는 마침내 집에 도착해서 와인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아이들에게 <<페이머스파이브>>의 한 장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잠들기 전 입을 맞춰주고, 식탁에 않아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가장 공감을 잘 해주는 동지이자 친구인 그의 배우자와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눈다면 참으로 근사할 거라 생각한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그 자신이(당연하게도) 처량해지려던 참이다.
한편 커스틴은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차 안에서 필통 때문에 한심한 싸움이 벌어졌다), 아침 식사를 치우고, 침대를 정리하고,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세 통 받고(동료들은 그녀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출근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욕실들을 청소하고, 청소기로 집 안을 밀고, 모든 식구의 여름옷을 정리했다. 또한 배관공이 방문해서 수고꼭지를 볼 시간을 잡고,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가져오고, 천갈이를 할 의자를 나르고, 윌리엄의 치과 검진을 예약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려오고, (몸에 좋은)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아이들을 달래 숙제를 하게 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목욕물을 받아주고, 거실 바닥에 묻은 잉크 자국들을 지웠다. 지금 그녀는 라비가 퇴근해서 인수인계를 받으면 와인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아이들에게<<페이머스파이브>>의 한 장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잠들기 전 입을 맞춰주고,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장 공감을 잘 해주는 동지이자 친구인 그의 배우자와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눈다면 참으로 근사할 거라 생각한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그녀 자신이(당연하게도)처량해지려던 참이다.

194p.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평등을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 페이지를 읽으며 어찌나 나와 내 남편 같던지...씁쓸한 웃음이...

280p.~284p.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커스틴이 까다로운 게 아님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항상 섹스는 사랑과 불편하게 동거하리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평온한 날에는) 행복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합리적이고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우기를 바라야 하고, 그들에게 지적당하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 또한 다른 순간에는 최고의 교사로서 모범을 보이고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도 알리라 지레짐작하지 않고 우리의 제안을 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미 완벽한 경우에나 서로 가르친다는 개념에 애정이 없다고 일축해버릴 수 있다.

라비와 커스틴이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그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 러브스토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고, 영화와 소설에 묘사된 사랑이 그가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랑과는 거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라비는 결혼 한지 16년이 되어서야 자신이 이제 결혼 할 준비가 되었다 느낀다.
라비의 마음을 마음깊이 이해한다.
우리는 수많은 다툼과 성숙하지 못한 관계를 통해 조금씩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나는 언제쯤 결혼 할 준비를 마칠 수 있을까?
라비는 16년이 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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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24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 일찍 인사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앤의 다락방님 좋은하루되세요.^^

북프리쿠키 2017-02-24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 보통의 사랑이야기 좋아합니다.^^
좋아하시는 분 만나니 반갑네요ㅎ
 
레볼루셔너리 로드
샘 멘데스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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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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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내가 기다리고 있던 보통의 장편소설.
신간알림이 뜨자마자 예약주문까지 해서 받은 책이다.
이틀 전 부터 펼쳐보기 시작했는데 자기 전 조금씩만 읽은 터라 진도는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아아아 실망시키지 않는 알랭 드 보통.

어쩜 가려운데를 시원하게도 긁어주는구나.


http://naver.me/xA4A0JZ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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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천산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가파르지 않은 산이라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들이 많았다.


그래도 꽤 오랜시간 걸어야해서 힘들었을텐데도 아이들이 즐거이 산을 오르내리니
나도 즐거웠다.

특히 5살 큰아이와 내려오는 길에 맨발로 걸으며 나눴던 이야기들은 기억에 남는다.

기억력이 좋지 못한 엄마가 오래도록 기억해야하는데 하며 이곳에 기록을 남겨둔다.

[엄마 맨발로 걸으니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했던 모래나 돌들이 사실은 우리 발을 구석구석 마사지 해주고 있었어요.
사실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돌이었어요.

기분이 좋아요.
신발을 벗기 전에는 두려웠지만 이렇게 벗으니까 기분이 좋아요.]

또래친구들보다 말하는 걸 즐겨하는 첫째는 귀여운 수다쟁이에다 생각도 많아서 가끔 생각지도 못 한 말을 던져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주말 나눴던 대화는 부쩍 자란 키만큼이나 생각의 크기가 커져있었다.

돌을 올려놓고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던 너.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하니

엄마가 지금 보다 더 저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빌었어요. 라고 말하는 첫째에게
그 소원은 방금 이뤄진것같은데?!
라고 말해주었다.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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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앤의다락방 2016-09-27 23:3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오래도록 기억 될 주말이었답니다. 큰아이 말과 생각들은 저도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서니데이님께서도 편안한밤 되시길 바라요^.^

cyrus 2016-09-2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들이 똘망똘망하게 생겨서 귀엽습니다. ^^

앤의다락방 2016-09-29 00:1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엄마가 되니 아이들을 향한 칭찬이 저를 향한 칭찬보다 더 기분이 좋네요^.^
 

부레옥잠에 꽃이 피었다.
겨울이 되기 전에 꽃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루만 폈다 지는 꽃이라 더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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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09-2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레옥잠 꽃은 처음봐요. 집에서 이쁜꽃 키우시고 계시네요.
하루만 피고 지는 꽃이라 더 귀하고 아름답게 여겨져요.

앤의다락방 2016-09-22 21:16   좋아요 0 | URL
네^.^ 벌써 하루가 지나 꽃이 시들었지만 아쉬운마음이 들어야 또 기다리는 마음도 있겠거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