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인의 동행자>

 그녀는 가방을 메고 현관 문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냥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그냥 있는데 아직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푸른 배경의 가로수길 그림이 있는 문구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제목도 아니고 내용도 아닌데 그녀의 머릿속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라면서 한 평생을 살지만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무게를 들고 있자니 힘이 들고 그리고 내려놓자니 아쉬움과 가슴 아픈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시장에 가는 길을 포기하고 다시 집에 들어왔다.

 이 문구가 든 부분을 찾았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있었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헤집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롬과 알리사의 애틋한 사랑의 장면은 꾸물거리듯 파고 나왔다. 그녀도 한때는 알리사처럼 순결하게 살아가리라 그러면서도 사랑의 열망에 몸부림칠 것이라면서 두려워하였다. 세월이 지난 후 그녀는 좁은 문은 그녀가 들어갈 문이 아님도 알았다.

 이 책은 마치 수십개의 액자가 걸린 미술관에서 또 다른 작가평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명작을 통하여 다시 그녀에게 많은 생각의 실타래를 벗겨내고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어디에서 시작하든 모든 길은 다 통하게 되어있었다. 과거에는 문학소녀이기를 자청하던 그녀는 이제 실용주의자가 되었다. 그만큼 삶은 문학과 별개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좀 더 현명한 길은 정보에 밝은 것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그녀가 좋아하는 길도 뻥뻥 뚫린 고속도로나 큰 길을 선호하였다.

 오늘 그녀는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서 바삭거리는 참나무의 낙엽을 밟으며 다시 길을 묻고 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새들도 고요속에 잠들었고 그리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순수, 열망, 사랑의 감정이 말랐기에 이젠 불씨조차 가질 수 없음에 우울해한다.

  오늘 하루도 어떤 사람에게는 삶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죽음이다. 사랑도 어떤 사람에겐 행복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불행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항상 내 삶의 사랑과 행복과 애정과 존경은 그녀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그녀의 동행자들은 어떤 사람은 무척이나 익숙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낯설었다. 그러나 모두 대화를 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친구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식과 도식락으로 펼쳐놓은 그림 또한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그녀는 다시 먼지 묻는 가방을 털어내면서 길을 나서야 할 것 같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오직 순수하고 정열적으로 달려가기도 하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가는 긴 여행길인 것 같았다. 그러기에 오늘은 작은 오솔길에서 전에 얼핏 얼굴을 스친 동행자를 끄집어 내어 함께 다시 대화를 시도해야겠다. 그리고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낯선 동행자에게 내가 먼저 가서 손을 잡아야하겠다. 오늘밤이 무지 길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마음에 동행자들의 작은 속삭임에 잠들지 못하기때문이다.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 책입니다. 이런 식의 책읽기가 주는 것을 경계했는데 추억도 살려주고 호기심도 자극을 하더군요. 책을 언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감동을 주는 강도도 다름을 알았습니다. 처음이든 여러번이든 좋은 책은 언제나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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