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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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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지만,
무엇보다 사실적이다!
남궁인*응급의학과 전문의 「만약은 없다」저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640페이지 되는 두께에 조용히 밀어 냈다. 우선 다른 책들을 읽다가 손에 잡으니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었다. 병원 내에서 행해지는 의료시설과 진료라든지 간호사와 의사의 관계, 의사들이 만나는 환자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나 정신적 트라우마 등등 책 속의 내용을 읽다보니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가 생각났다. 의학 드라마에서 보던 숨막히는 응급실이나 집중 치료실 등의 환자와 의사들의 치열한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의사들은 외면했지만 의대생은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설득력있고 흥미진진하다. 너무 사실적인 소설이라 의사라는 직업과 병원에 실망도 적잖이 있고 인간으로서 씁쓸해지는 부분도 있다. 거침없는 남녀관계를 에로틱하게 표현한 부분과 고머라고 환자를 농치는 말만 빼면 아주 재미난 의학 드라마 혹은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 재미있게 빠져읽었다.

저자인 사무엘 셈은 의사이기에 본인의 느낌과 경험을 모티브로 쓴 자전적인 소설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로이 바슈를 통해서 인턴기간 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심리적. 육체적 압박감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1970년대 미국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하우스 오브 갓’ 에 모인 5명의 인턴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슬프기도 하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오히려 연민으로 가득차게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좀처럼 얘기하지 않는 현대의학과 병원이라는 곳에서 행해지는 의료 행위들의 비인간적임에 분노했다가 애절하기도 했다가 진료한 환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 그들의 공허함에 공감되는 책이다.

의학이 환자를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회의감은 현재에도 진행중인 이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따금 환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의례적인 진료를 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의사들을 보면 참 매력이 없고 비인간적이고 혐오스럽기까지 했었다. 의사들의 고뇌와 좌절, 그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의사들에게 다 통용되지는 않지만 의사다운 의사가 되기 위한 몸부림과 잃어가는 주변 사람들 틈에서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나가는 이야기가 좋은 책이었다.

고머(GOMER)는 내 응급실에서
꺼져(Get Out Of My Emergency)라는 뜻이야.​
새벽3시에 요양원에서 보낸 환자를 받을 때 외치고 싶은 말이지.

고머들은 인간일 수 있는 상태를 상실한, 대체로 나이든 사람들이지.​
그들은 대부분 죽고 싶어 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우리는 고머들한테 그렇게 하니까 잔인한거고, 고머들은 그들을 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맞서니까 우리에게 잔인한거야.
고머들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우리는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p.55-56

이런 식의 인턴 과정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라요. 대체 우리는 환자를 위해 뭘 하는 거죠?
환자들은 스스로 죽든지 우리에 의해
하우스의 다른 과로 터프와 버프를 당하든지. 둘 중 하나를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이건 미친 짓이 아니라 현대적인 의료행위야.
아직은 모르겠지. 이제 막 인턴 생활을 시작했는데 뭘 알겠어.
하지만 너도 알게 될거야.
p.112

자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잖아. 자넨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아주 좋은 일을 하고 있어.
아주 보람되고 짜릿한 일을 하지.
진단을 하고 무모할 정도로 가슴에 바늘을 찌르고, 그래서 사람들, 특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을 구하는 일, 생각할 수록 멋진 일이지. 하지만 그럴때 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해
p.134

무엇보다 해 되는 일.. 하지만 의사들 대부분은 무엇이든 시도해보잖아? 그러면 안되는 건가? 왜지?
팻맨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부작용이 생기기를 바랄까?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p.275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병이나 치료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손을 잡아줄 손,
즉 의사에게 보살핌을 받는 느낌 자체였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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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
박일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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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이거든
밤하늘을 바라다 보세요.
거기 그 자리에
그대의 별이 빛나고 있을테니..

내가 사랑하는 별과 들꽃이 선명하게 박힌 책 제목부터 맘을 설레게 했다.
일상의 치열함을 뒤로 하고 지리산 자락
하늘내 들꽃마을에서 생활하며 적은 박일문 작가의 산문집.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면 내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깊은 곳에서부터 내쉬는 들숨과 날숨이 얼마나 평안할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 형언할 수 없는 하늘의 별이 맞닿아 쏟아지고 들꽃이 천지에 흩뿌린 곳의 사계절이 담겨있어 무척이나 부럽다는 점이다.

내가 꿈꾸는 삶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일상글을 보나 나도 한번은 이렇게 살고 싶다.
아침과 밤이 매일 다르게 전하는 그 숲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꿈꿔보게 되는 책이다.

자연 속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는 시골의 조금은 촌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나무와 새, 꽃과 별과 달, 그리고 강아지와 염소, 가족과 여행....

지리산 자락의 하늘과 가까운 마을이라 그런지 별이 쏟아져 내린다는 표현이 뭔지 알 것 같은 사진이다. 밤하늘에 별이 저토록 많이 있다는 것을 언제쯤 올려다 볼 수 있을까.

문득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나는 광경이다.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숱한 풍경들에 넋을 놓는다.
강아지가 사계절을 맞으며 개의 모습을 갖추는 사진들도 멋스럽다. 하늘내들꽃마을의 스타가 된 반려견 '달' '산' '강'과 금강 상류 산책 길의 사진도 너무 멋지다.

하늘의 별들이 정말 들꽃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모양과 아름다움이 닮았다.
민들레며 산딸기, 도라지, 산수국, 접시꽃, 홍도화, 매발톱, 산목련, 돌매화나무...

책 뒷부분에는 몽골과 네팔 등 히말라야 산을 여행하고 담은 사진과 글도 있고 자작시 몇 편도 함께 실었다.
그 중에 <딸꾹질>이란 시가 인상적이다.^^

딸꾹질

딸꾹딸꾹
급하게 먹지 말라고
세상을 날로 먹지 말라고
횡경막을 울려 보내는
태초의 보디랭귀지
딸꾹딸꾹
가끔은 뒤로 돌아보며 살라는
신의 모스 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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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할머니가 어릴 때 해주신 누릉지 과자가 생각나는 구수한 책이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이상하게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두면 냄새나고 맛이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바로 각자 밥그릇에 퍼서 뚜껑을 닫아 아랫목에 아빠 오실 때까지
혹은 우리 먹을 때까지 이불에 덮어 두셨다. 냄비밥이나 압력밥솥으로 하면 나오는 누릉지를 모아 햇볕에 꼬들꼬들 말려 기름에 바싹 튀겨서 설탕을 솔솔~~뿌려 주셨던 할머니표 간식이 생각난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 무를 사다가 썰어서 촘촘히 실에 꿰어 주렁주렁 매달아 시래기며 무말랭이를 햇볕에 말려서 반찬을 만들어 주셨던 할머니가 소환되었다.
예전 할머니들은 뭘 그렇게 체반에다가 틈만 나면 말리셨다~^^

온갖 나물이며 채소들을 삶아 말렸다가 겨우내 반찬을 해 주시던 할머니의 지혜처럼 이 책에도 할매들의 요리 비법이 소담하게 담겨있다.

"할머니들의 손맛은 레시피가 따로 없다!"
말 그대로 요리는 감이다~^^
할마니들의 레시피는 학생들이 듣고 그림을 그렸고, 할머니들께서는 손수 한 자 한 자 적으셨다.

삐뚤삐뚤하지만 곱게 적어내린 글체를 보니 어렸을 때 본 할머니의 글씨를 닮아있어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구수한 사투리 레시피는 덤이고 한 분씩 인터뷰한 내용도 에세이처럼 담겨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할머니들의 삶들이 고스란히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다가 음식 위에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고요히 떠오른다. 우리 엄마와 할머니들 사랑으로 지금의 내가 있는...밥상으로 채워진 나의 존재를 생각하니 이 또한 마음 가득 자욱해지는 추억이 담긴 요리책이다.
한평생 해드신 음식들의 요리법을 쓰시며 내 손맛이 최고라는 귀여운 자부심이 은근히 묻어나는 이야기를 전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밥상을 평생 차려내신 할머니들의 사랑에 모든 요리가 더 맛깔스럽게 보인다.

(콩죽)
쌀을 깨깟이 헹궈서 깨깟한 물에 담거.​
콩을 믹서기에 갈어.​
간 콩을 채반에다 걸러.
솥단지에다 콩물을 붓고 팔팔 끓인 담에
쌀을 넣어.​
당근을 자지잘게 쓸어서 콩물하고 쌀 끓이는 디다가 넣어.​
어지간히 죽이 되어간다 싶을 때 소금으로 간해서 먹어.

참으로 간단명료하고 너무 재미난 레시피들이라 따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해서 자신이 없는 것도 있다.
그러다가 아하~~이런 거였구나!!하며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비법들도 숨어있다.

알뜰살뜰한 정과 감,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손맛으로 적어놓은 요리 책.
저울도 필요없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이 검증한 맛~^^

손대중과 눈대중으로 어림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비단 할머니 뿐이 아니다. 우리네 엄마들도 대부분 그러했고, 나역시 오랜시간 살림을 하다보니 요리는 정말 감이라는게 실감난다.

어떤 때는 간도 안보고 뚝딱 음식이 완성되는 걸보면 나도 곧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요리는 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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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으로 마음을 만지다 - 자존감을 포근히 감싸는 나다운 패션 테라피
박소현 지음 / 여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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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다지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 분야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옷을 고르고 분위기를 바꾸는 생활은 좋아하는 편이다. 체형이 유지되는 덕분에 옷은 반강제적으로 오래 입게 된다. 오히려 딸이 입다가 작아지거나 입지 않는 옷을 입다보니 사지 않아도 옷장이 그득해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있는 옷 대충 돌려막기!^^

외출이 잦은 직업이 아닌지라 예전에 학원으로 출근할 때보다 둔감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 독서모임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때다 싶어 분위기 전환으로 입지 않던 옷을 꺼내 입는다. 옷을 갖춰 입고 막상 나가려고 하면 어울리는 가방이나 구두가 마땅치 않아 난감할 때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집에 있다보면 엄마들은 차츰 무난한 옷과 편안한 신발을 선호하게 된다. 면티셔츠에 청바지나 고무줄 바지가 제일 편하고 신발은 슬리퍼나 운동화에 가방은 에코백이 최고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모자 하나 눌러 쓰고 외출을 감행한다.

색다른 옷을 차려입고 모처럼 외출하게 될 때에는 왠지 낯선 차림에 남의 시선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책에서는 똑바로 시선을 위로 향하고 당당히 걸느라고 조언해 준다.
역시 패션은 당당함에서 오는 것 같다.

고개를 들어라.
각도가 곧 태도다.
프랭크 시나크라

자존감은 내 몸에 걸칠 수 있는
어떤 옷가지보다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소피아 아모루소

우리 몸을 자존감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옷을 선물하고 이쁘고 정갈하게 꾸며 주듯이 자신에게 그런 애정을 보여야 자존김을 유지할수 았다.

누구나 매일 반복하는 일 중에 하나가 옷을 입는 일이지만 다소 불편하고 어렵게 느끼는 부분 또한 패션에 대한 것 같다.
이 책은 옷이나 패션에 관한 이야기만 적어놓은 줄 알았는데 우리의 삶에서부터 시작한다.
옷을 잘 입는 법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

혼감이 자존감과 대화하는 것으로
내 안의 힘을 찾는 것이라면,
자존감 스타일링은 내 안의 힘을 고취시키고 더 건강하게 만드는 지지대를 갖추는 일이다.

이 소소한 노력은 헐벗은 우리 자존감에게 주는 맞춤복같은 선물이다.

p.77

옷 입는 법을 배우기 이전에 내면을 코디네이팅해 주는 책이라서 편하게 읽다보니 어느새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번득인다.

예를 들면~ 화려하지는 않아도 같은 하의에 상의만 바꿔 입어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 같은 무채색이라도 따스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것. 무난한 스타일(올 블랙이나 화이트)에는 한가지에 강한 포인트를 주는 것..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내게 있는 옷과 작가의 글로 마음을 만져 줄 수 있는 책이다.


부록으로 로젠버그의 자존감 테스트
쿠퍼스미스의 자존감 테스트
멘델슨,멘델슨&화이트의 신체 존중감 테스트
자존감의 온도조절과 자존감 그래프
육하원칙 스타일링 차트
소확행을 위한 "육감만족 처방전"
'꿈' 목록 과 '나다움' 목록
등을 따로 여분으로 만들어 두었다.
소확행을 위한 "육감만족 처방전"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작가의 말처럼 긴 호흡은 아니더라도 일상의 한 귀퉁이 단 몇 분이라도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매일 입는 옷처럼 내 안의 나를 '나답게' 발현시켜 줄 수 있도록 나의 자존감을 매만져 주기로 한다.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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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과 몽당연필 고래책빵 그림동화 8
나태주 지음, 이도경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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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의 감성과
하늘빛의 추억 이야기가
몽당연필 속에 퍼진
시인 나태주의 그림책

동화책을 읽기에는 살짝 망설여졌다. 그림책은 아이 어릴 때 읽어주고 그 이후에는 이따금 독서모임에서 읽는 일 외엔 손에 잡을 기회가 없었다.

하! 지! 만!!​
다른 작가도 아닌 풀꽃의 시인
내가 자주 필사하는 시의 작가
나태주 시인의 첫 그림 동화책이다.

그 따스한 감성이 어딜 가겠는가?^^
아이들에게 불어 넣어줄 세상이 궁금해서 신청한 도서였다.
그렇게 내 손안에 선물로 와 준 동화책을 이리저리 보니 딸 아이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림책은 그저 색감만으로도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나보다
그림 그리신 이도경님의 일러스트도 따스하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오늘도 쓰레기장 근처에서 몽당 연필을 주워 흙 속에 묻혀있어 더러워진 연필을 수돗가에서 씻는다.
그리고 서랍 속 오래된 필통을 꺼내어 다른 연필들과 함께 넣어둔다. 그 안에서 연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버린 자기네들을 주워 온 이유를 궁금해 한다.

사랑은 오래 된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란다. 처음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지키는 마음이기도 하지.
그리고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고
다른 사람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그리고 말야.
어려서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사람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교장 선생님도 어린 아이 시절이 있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 할머니께서 계란으로 연필을 바꿔 오라고 하셨을 때 너무 좋아서 뛰어가다가 계란을 떨어뜨렸던 기억.
그리고 꾸중대신 닭이 갓 낳은 따뜻한 계란 한 알을 더 주신 할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 교장 선생님의 마음을 몽당 연필들은 알 것 같았다.

받은 사랑의 기억이 따스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또 그와 같은 사랑으로 품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이런 기억이 있다.
어설픈 실수로 일을 그르쳤을 때 꾸중을 들은 경험도 있고 따스한 사랑에 오히려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 따스한 말 한마디의 기억에 사람의 꿈과 인생이 바뀌기도 하니까..
작은 것 하나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감동을 전하는 시인 나태주님의 글이 내 마음에도 사랑으로 녹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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