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 - 최지운 장편소설
최지운 지음 / 밥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피카레스크식 구성으로 담아낸
예술 계열 전공
화석선배들의 웃픈 이야기

취업률이 저조한 예술 계열 전공의 대학생들이 졸업을 해도 취직을 못하거나,
졸업을 미루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선배들을 고생대 화석 삼엽충으로 비유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작품을 쓰고 취업을 하거나 공모전에 입상을 하며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이지 보여준다. 청춘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한 나이든 대학원생들을 주인공으로 대학교 내의 세대 갈등을 부각시켰다.

명성대 문영공과는 문학창작과, 영화영상과, 공연학과를 통폐합해서 만든 학과로 나온다. 학과실을 쓸 수 없는 화석들이 조용한 랩실에서 조차 떠나라는 통보를 받으며 가장 오랜 화석들은 순서대로 고민에 휩싸인다. 집에는 잔소리로 들어가기 싫고, 나가자니 돈이 들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동안 멋지게 화석 딱지를 떼고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쉽지 않다. 교수로 취직하는 일도 공모전도 모두 정해진 누군가의 들러리가 되는 세상인 것을 알아간다.

고생대 삼엽충(남 39세)
본인이다. 대부분 학번이 아래인지라 선배님이라고 부르지만 뒤에서는 삼엽충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다. 동기들은 '진작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석박사 졸업 후에 시간 강사를 하며 랩실에서 오년째 기거 중이다.

고생대 필석(남 42세)
화석들 중 유일한 40대.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지만 오년간 570만원 수입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재혼했다. 소논문과 저서를 집필한 스펙으로 연극영상과 전담교수로 채용되었다.

그외 고생대 갑주어(남35세)
푸줄리나(여 30세)
중생대 암모나이트(여 34세)
시조새(여 34세).
신생대 화폐석(남 32세)
매머드(여 28세)

누군가에겐 참 쉬운 졸업과 취업이 될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쓰라린 아픔과 불효가 된다는 현실을 쓰고 있다. 화석으로 비유될 만큼 오랫동안 취업준비를 거쳐야 하는 젊은 세대의 애환을 들려 준다.
제일 싫어하는 한자성어는 그래서 '대기만성'이다.​
더 오래 기다리면 된다는 것일까?
열심히 한다거나 오래 되었다고 해서 학번이나 성적 순서대로 취업의 문이 열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에 따라 효자로 인정받는 자식들의 기준이 달라진다. 갓난 아기일 때는 빨리 말과 걸음마를 떼면 효자가 된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잘해야 하고 졸업해서는 번듯한 직장에 다녀야 한다. 결혼 적령기에는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은 반려자를 맞이해야겠지?

물론 이런 일들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임에는 반박불가이다.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힘들어서 정작 위로받아야 하는 것은 자식된 본인 임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생대 화석으로 불리는 그들의 은어는 신라시대 6두품과 성골, 진골로도 불린다. 현실인지 가상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계급을 나누는 현실이 슬퍼져서 듣기 불편했다. 그들이 랩실을 지키고 삶의 터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힘겨운 일들이 무겁게 가라않는 소설이었다.

인생의 수많은 일은 우리가 어쩔수 없는 운이라는 것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그것을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내버려 두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한다. 그래서 마치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미신적 행동들이나 징크스에 대한 믿음들이 이런 착각적 통제감을 위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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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짭짤한 간수로 완성된 두부 한 모처럼
말랑말랑한 견생 이야기

나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강아지 두부의 이야기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미 SNS에서는 널리 알려지고 티비에도 나온 유명한 두부였다~^^ 사진도 너무 이쁜 두부의 이야기를 읽어가다가  마지막엔 눈물이 났다. 가족을 잃는 슬픔만큼 추억이 많은 만큼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생각보다 많이 슬펐다.
한쪽 눈은 개의 공격으로 잃어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 엄마는 오지 않았다. 두부는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엄마 냄새가 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만약에
그게 다친 내 눈 때문이라면....
엄마, 내가 다쳐서 미안해...
엄마에게 떠남과 버림을 선택하게 해서 미안해.

엄마 입장에서 쓴 몇 장을 빼면 철저하게 강아지 두부의 입장에서 썼다. 작가는 한때 예능PD를 꿈꿔왔기 때문인지 문체가 너무 재치있고 유머러스했다. 읽는 내내 두부와의 일상들이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유학 생활 중에 알바까지 하며 힘들었을텐데 보호소에서 입양해 온 두부는 한쪽 눈을 잃은 트라우마와 엄마를 잃은 상처로 쉽게 맘을 열지 못한다. 첫날부터 경계하고 온갖 쓰레기와 전선을 뜯어놓은 것뿐이었다. 심지어 엄마를 물기도 많이 했다. 상처많은 두부를 기다려주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대하는 것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두부와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두부 역시 성격 만만치 않은 엄마와 그리고 결혼해서 얻은 아빠까지 온 가족을 샅샅이 알게되며 가족이 되어간다.

알레르기 있는 두부를 위한 수제 간식이나 입양한 강아지를 키울 때 주의 할 점, 산책을 꼭 해야하는 이유, 좋은 사료 고르는 방법, 수제간식 만들기, 관절이나 치아관리 등등 반려견을 위한 유용한 정보도 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작가는 유학생활 중에 두부를 입양하고 좋은 음식을 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동물 영양학 책을 보며 직접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귀국 후 '바잇미'라는 반려동물 수제간삭 판매회사를 만들었다. SNS 랜선 이모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분이 막대해진 두부로 인해 바지 사장자리로 밀려났다. 간식 2개를 사면 1개의 간식이 기부되는 'Buy2Give1'캠페인 등 뜻을 함께 하는 많은 반려 동물 가족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유기동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강아지별로 돌아간 수제간식 회사 대표 두부♥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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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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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헐어 쓴 글의 힘
소설만이 아니라 산문도 그렇다.
위화의 산문은
그의 다른 일가이다.
신형철

지은이 위화는 1960년 중국에서 태어나 1983년 단편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 <인생>으로 확실하게 작가로서의 기반을 잡는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인생>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 작품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중국의 국어 교과서에 실리고 매년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화라는 중국의 작가의 이름에 매료되었고,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사"라는 시적인 제목이 끌어 당기고, 신형철님의 추천사가 제대로 도장을 꾸욱!! 찍어버렸다.

글로 서술하는 작가들과 음으로 음악을 만드는 두 예술을 화성악처럼 겹겹이 쌓아 자신의 빛으로 분석해 나간 책이다. 흥미롭게 읽은 작가들의 책의 가치와 음악가들의 작품들을 예민하게 분석하고 써내려간 위화 작가는 언제부터 고전음악에 심취하게 되었을까?

음악과 소설을 서술적인 작품으로 이해하고 소설보다 음악의 서술에 신비한 체험을 함께 담았다. 예를 들면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과 너새니얼 호선의 <주홍글자>를 대비시켜 서술의 클라이맥스에 대해 논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육체의 미궁이라면 카프카는 심리의 지옥이라며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작가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고 고백하고, 브루노 슐츠나 히구치 이치요가 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지 짚어보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식으로 다채로운 변주를 펼친다.

보르헤스, 마르케스, 카프카, 볼가코프 , 매큐언 등 탁월한 작가는 물론 말러, 차이콥스키, 브람스 등 위대한 작곡가까지 두루 이야기한다.

그의 놀라운 음악 세계와 함께 소설가들을 논하는 새롭고 방대한 글의 지평에 놀라며 읽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가들의 이야기의 나열에 입이 떠억 벌어진다^^;;;

평소에 황현산님이나 신형철님의 깔끔한 문체를 선호하고 장석주님의 방대한 독서력을 추앙하는 것 못지않게 놀라운 충격과 대단한 존경심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음악 서술 속의 화성이 참 부럽다. 높낮이가 제각각인 소리가 여러 악기에서 동시에 연주될 때면 그 소리가 얼마나 오묘하고 얼마나 요원한지. 심지어 작곡가마다 달라서 슈베르트의 화성에서는 높낮이 다른 소리들이 서로에게 호의적이지만 메시앙의 화성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듯하다. 그리고 호의적이든 경쟁적이든 그들은 한데 어우러져 같은 방향으로 전진한다.

언어로 쓰인 작품에서는 개방성이 열독의 방식과 화성을 결정짓는다. 한꺼번에 연주되는 음표의 활기찬 움직임과 달리 글자는 한 줄 한 줄 조용하게 배열돼 있다. 그런데 독서는 겉으로만 조용해 보이지 사실은 거세게 일렁이는 물결같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화성이다.

대조와 비교가 너무 멋스럽다. 하나하나 모든 문장이 명문들이라 필사를 다 하고싶어진다
독자는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과 느낌으로 책을 읽는다. 작품의 원뜻에 독자의 이런 느낌들과 연상을 더하면서 다채롭게 거듭난다. 이런 과정들을 음악의 화성으로 비유함이 탁월하다.
모르던 작가들에 대한 작품세계를 알게 되니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묻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포크너는 이런 작가이다. 그의 뛰어난 문장은 우리를 매혹하고 감탄시키는 동시에 그것들 자체가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근사한 문장들이 우리 삶과 별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시종일관 삶과 나란하고자 했고 문학이 삶보다 대단할 수 없음을 증명한 매우 드문 작가이다.

문학 속의 영향은 식물에게 쏟아지는 햇살같다. 식물은 햇살을 필요로 하지만 스스로 햇살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식물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자라나려 할 뿐이다. 작가의 창작도 이와 비슷하다. 다른 작가의 영향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견해 창작의 독립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문학을 확장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제시한
독서의 네가지 방식

첫째는 내용을 아주 쉽게 체내로 흡수하고 아주 쉽게 내보내는 '스펀지'식 독서
둘째는 한권씩 연이어 읽지만 모래시계에서 한바탕 모래를 흘려보내는 것처럼 끝나는 '모래시계'식 독서
셋째는 폭넓게 읽은 뒤 머리에 단편적인 기억만 남는 '여과식' 독서
넷째는 자신도 혜택을 얻을 뿐만 아니라 타인도 자기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찬란한 보석처럼 귀하고 드문'독서

네번째 독서가 되기위해 우리는 얼마나 깊은 독서을 해야할까.
저자는 음악에 심취하고 배워가면서 삶이 음악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음악의 서사를 알아가며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더욱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었나보다. 고전음악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어 자신 만의 색채로 글을 쓰고 화성을 완성해 가는 위화작가님의 산문은 보배같다. 배울 것이 많고 경이로움을 경험한 귀한 산문집이었다.

음악의 역사는 끝없는 심연처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만 그 풍부함을
알 수 있고 경계가 없음을 느낄수 있다.
또한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작가와
작품 뒤에도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선율과 리듬이 우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p.238 음악이 내 글쓰기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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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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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권정생님께서 쓰시고 그림은 정순희 화가께서 공들여 그리셨다. 정감있는 그림과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이 어우러져서 이야기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 아기자기한 동심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어쩌지? 그림책까지 좋아지면...ㅎㅎ

만구 아저씨는 기분이 썩 좋았다. 장날에 고추 한 부대를 팔아 막거리를 한잔 마셨기 때문이다. 허름한 잠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낡은 지갑에 고추 판 돈이 두툼하게 남았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얼큰하니 뒤늦게 올라오는 막걸리의 취기를 얼굴 표정에 그대로 잘 살려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미소가 얼굴에 퍼지는 기분이다. 산길에서 볼일 보다가 흘린 돈지갑은 밤에 나타난 톳제비들을 불러 모은다.

이 종이 쪽은 뭐야?
그것, 코 푸는 휴지가 아니냐?

정말 돈이라는 지폐가 코나 풀어버리는 휴지 조각이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내 땀 흘려 거둔 고추 한 부대가 그깟 종이 쪽에 비길까.

톳제비*경상도에서 '도깨비'를 이르는 말'​

새로운 말을 동화 속에 넣어 안동 톳제비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게 한다. 경상도 중에서도 안동에서 도깨비를 '톳제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가까이에 살며 전래 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톳제비들.

다시 지갑을 찾은 할아버지의 해맑은 모습과 박수치는 할머니의 환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 듯하다.

이제는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동화를 보면 잠시라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그까짓 종이쪽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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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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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알고 있던 <걸리버 여행기>가 아니었다. 19세기초 원작의 거친 표현과 풍자 등을 삭제하고 아동문학으로 발행되었는데 이런 판본들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아마 내가 읽은 것 역시 이런 문학으로서의 걸리버 여행기였을 뿐이었다. 아동용 <걸리버 여행기>를 접한 사람은 원작의 풍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와 닿는다. 좀체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전혀 색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완역본으로 풍자문학의 진수를 느끼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만끽하려면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와 역사도 알아야 할 것 같다.

두 제국의 언어는 유럽 나라들의 언어가 서로 다른 것처럼 아주 달랐다. 두 제국은 그들 언어의 유수한 전통, 아름다움, 활기찬 표현 능력 등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상대 제국의 언어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경멸을 표시했다.
p.64

기질과 운명에 의하여 활동적이고 분주한 인생을 영위하게 되어 있는 나는 귀국한 지 두 달만에 또 다시 조국을 떠났다.
p.99

소인국에서 고생하고 다시 항해를 떠나 모험을 즐기는 걸리버를 이해하기 힘들다. 위험을 감수하고 가족과의 이별은 물론 본인의 생사를 내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모험심이라니!!
결국 거인국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

나의 작은 친구, 자네는 자네 조국에 대하여 아주 그럴듯한 찬양의 말을 했지. 하지만 자네는 무지, 나태, 악덕이 입법자 자격을 얻기 위한 필수 요소임을 아주 명확하게 입증했어. 법률은 그 법률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고 회피하려는 자들의 개인적 이익과 능력에 의하여, 임의로 설명되고 해석되고 적용되었지.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 위에 기어 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
p.162

1부 소인국과 2부 거인국의 이야기만이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3부와 4부로 가는 깊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풍자문학을 제대로 된 완역본이 아니고서는 접해볼 수 없는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3부(날아다니는 섬)와 4부(말의 나라)가 흥미로웠다.

1부와 2부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고위직 정치인들이 벌이는 음모와 비방 그리고 권력 투쟁 등을 다루고 3부와 4부를 거쳐 인간성에 대한 모독이 절정을 이룬다. 여러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잘못된 점을 고치고 바른 도덕성을 갖추어가는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책이다.
부패한 사회의 모습이 짐승보다 못한 인간의 행태들은 권력이 행해지는 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모습일까 씁쓸해졌다.

나는 16년 7개월을 넘게 여행했고 이것이 바로 여행에 관한 진실한 기록임을 독자께 알린다. 나는 화려한 글이 아니라 진실을 보여주고자 무척 신경썼다. 나는 기이하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로 독자를 놀라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간결한 방식과 문체로 명백한 사실을 전하기로 했다. 내 주된 의도는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355

나의 여행기는 내 머리에서 만들어 낸 순전한 허구이다.
후이늠과 야후는 유토피아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는 존재들이다.

풍자문학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무엇일까? 독자가 그것을 믿어주면 진실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거짓이 된다. 걸리버 여행기 속에서 소인국과 거인국의 이야기는 있음직한 이야기로서 어릴 때부터 거짓인 줄 알면서도 진실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3부와 4부의 내용은 유토피아적인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인가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흥미롭지만 처음 완역본으로 읽으니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으며
다른 모든 책들을 파괴하고
오로지 여섯 권만골라야 한다면
그 중의 하나로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조지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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