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할머니가 어릴 때 해주신 누릉지 과자가 생각나는 구수한 책이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이상하게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두면 냄새나고 맛이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바로 각자 밥그릇에 퍼서 뚜껑을 닫아 아랫목에 아빠 오실 때까지
혹은 우리 먹을 때까지 이불에 덮어 두셨다. 냄비밥이나 압력밥솥으로 하면 나오는 누릉지를 모아 햇볕에 꼬들꼬들 말려 기름에 바싹 튀겨서 설탕을 솔솔~~뿌려 주셨던 할머니표 간식이 생각난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 무를 사다가 썰어서 촘촘히 실에 꿰어 주렁주렁 매달아 시래기며 무말랭이를 햇볕에 말려서 반찬을 만들어 주셨던 할머니가 소환되었다.
예전 할머니들은 뭘 그렇게 체반에다가 틈만 나면 말리셨다~^^

온갖 나물이며 채소들을 삶아 말렸다가 겨우내 반찬을 해 주시던 할머니의 지혜처럼 이 책에도 할매들의 요리 비법이 소담하게 담겨있다.

"할머니들의 손맛은 레시피가 따로 없다!"
말 그대로 요리는 감이다~^^
할마니들의 레시피는 학생들이 듣고 그림을 그렸고, 할머니들께서는 손수 한 자 한 자 적으셨다.

삐뚤삐뚤하지만 곱게 적어내린 글체를 보니 어렸을 때 본 할머니의 글씨를 닮아있어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구수한 사투리 레시피는 덤이고 한 분씩 인터뷰한 내용도 에세이처럼 담겨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할머니들의 삶들이 고스란히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다가 음식 위에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고요히 떠오른다. 우리 엄마와 할머니들 사랑으로 지금의 내가 있는...밥상으로 채워진 나의 존재를 생각하니 이 또한 마음 가득 자욱해지는 추억이 담긴 요리책이다.
한평생 해드신 음식들의 요리법을 쓰시며 내 손맛이 최고라는 귀여운 자부심이 은근히 묻어나는 이야기를 전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밥상을 평생 차려내신 할머니들의 사랑에 모든 요리가 더 맛깔스럽게 보인다.

(콩죽)
쌀을 깨깟이 헹궈서 깨깟한 물에 담거.​
콩을 믹서기에 갈어.​
간 콩을 채반에다 걸러.
솥단지에다 콩물을 붓고 팔팔 끓인 담에
쌀을 넣어.​
당근을 자지잘게 쓸어서 콩물하고 쌀 끓이는 디다가 넣어.​
어지간히 죽이 되어간다 싶을 때 소금으로 간해서 먹어.

참으로 간단명료하고 너무 재미난 레시피들이라 따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해서 자신이 없는 것도 있다.
그러다가 아하~~이런 거였구나!!하며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비법들도 숨어있다.

알뜰살뜰한 정과 감,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손맛으로 적어놓은 요리 책.
저울도 필요없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이 검증한 맛~^^

손대중과 눈대중으로 어림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비단 할머니 뿐이 아니다. 우리네 엄마들도 대부분 그러했고, 나역시 오랜시간 살림을 하다보니 요리는 정말 감이라는게 실감난다.

어떤 때는 간도 안보고 뚝딱 음식이 완성되는 걸보면 나도 곧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요리는 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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