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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중년의 남자, 그들만의 집단가출이 부럽다 -

"산엔 백두대간, 섬엔 올레 길. 저 넓은 바다엔 무슨 길이 없을까?"
와~이렇게 중년 아저씨들의 반란이라니~너무 부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여행을 따라갔다. 일 년 전 술자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건은 요트여행으로 매 달 3일에 걸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 두 번의 가출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그들의 반란은 경기도 전곡 항을 시작으로 서해에서 남해, 동해를 거쳐 마지막 독도여행까지 총 12번의 항해 길에 오른다. 너무도 익숙한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와 함께, 근사한 요트여행이 아니라 생고생하는 현장 사진들을 보면서 왜 고생스럽다는 생각보다 멋있다! 부럽다~!는 생각만 드는지.
인사동 선술집 구석방에서 그들은 집단가출을 도모한다. "산엔 백두대간, 섬엔 올레 길. 저 넓은 바다엔 무슨 길이 없을까?" 라는 그 말이 화두가 되어 그 이름도 거룩(?) 한 '집단 가출호'의 출항은 시작된다. 선장은 허영만, 선원은 회사원, 목수, 치과의사부터 요트 수리 전문가까지 다양하다. 총 항해거리는 3, 057 킬러미터였다.
잠자리는 모기떼가 극성인 여름이나 한겨울 모두 침낭으로 해결하면서 정말 생고생~아니 쌩 고생을 한다. 그러기에 집단 가출호 대원들이 무인도에 세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첫째는 모기장, 둘째는 모기약, 세째는 모기향이 될 거란다. 괭이 고양이가 주인인 섬에서 텃새를 부리는 갈매기들에게 똥 폭탄으로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회로 먹고, 구워 먹고 질리도록 삼치를 잡아 올리기도 한다.
제주도를 향한 그들의 항해는 나도 오래 전에 (벌써 20년 전) 배를 타고 10시간 이상 걸려서 가본 기억이 있어서 '새까만 밤. 멀리 제주도의 불빛이 바다 위에 떠 있다. 다 왔다고? 천만에. 똑같은 배경을 4시간 보고 난 뒤 도착했다'는 그 말이 500% 공감한다.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던 그 제주도의 모습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무인도든 어디든 어서 빨리 육지만 밟았으면 원이 없겠다 싶을 만큼 멀미를 해댔었다.
치과의사가 이가 부러지고, 엄동설한에 삶은 고구마는 손 난로가 되고, 가끔은 끝내주는 별식을 즐기면서 그들의 집단가출은 계속되었다. 그들은 항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바다와 섬과 해안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가슴으로 깨달은 것, 참가 대원들 사이에 신뢰가 깊어진 것' 을 꼽았다. 뭐~남자들만 집단반란을 일으키라는 법이 있나. 나도 맘에 맞는 사람들과 '아줌마 반란호' 라도 만들어 생고생 한 번 진하게 하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