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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손 도장 - 2010 대표에세이
최민자 외 49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하느님의 손 도장
살다보면 누구나 살아온 날들이 모두 소설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나도 가끔은 내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고, 엄마의 살아온 날들, 그리고 유독 많은 아픔을 겪었던 작은 어머님의 날들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들어볼만한 이야기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능력있는 작가의 근사한 소설도 감동적이고, 실력있는 극작가의 멋진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도 감동이지만, 늘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는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어가고 만들어가는 풋풋한 사람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실화나, 이런 에세이집을 만나면 그저 감동하고 숙연해지면서, 사람이란 참 선하다 싶어지고 모두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어느 이야기 한가지 소중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지만 이야기보다 사람이 더 와 닿았던 경우는 바로 '이민혜'님의 [그녀를 다시는 못 볼 것 같다] 였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옥수수가 담긴 연 노랑 비닐 봉지를 대하며 풀어내는 작가의 글 속에 등장하는, 연 노랑 비밀 봉지에 옥수수를 담아 파시는 그 옥수수 아주머니의, 대학 옥수수사랑과 비오는 날의 책임감을 잊을 수가 없다. 누구나가 다 그 분처럼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옥수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따뜻한 옥수수가 내 앞에 놓인 듯 그 분의 "사모님이 세상없어도 준비해 오오~라~구." 라는 말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한 살씩 나이 들어 가면서 이렇게 진실한 삶을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 갈수록 삭막하다, 힘든 세상이다 싶다가도 이런 분들의 순수함을 만나면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야. 싶어서 행복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쓴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느님의 손 도장'은 대부분 가족과 부모님 이야기가 많다. 남편, 아버지, 아내, 가족......우리가 살면서 늘 부대끼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기에 같이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멀리 떠나버리고 나면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난닝구'를 쓰신 '이귀복'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아버지에게 따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 만들어 드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통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그 분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만 같은 사람도, 그들이 내 피붙이이고 가족이기에 마음속으로는 늘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미운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가 내 곁은 떠나고 나면 그때서야 ' 아~그럴 수 있었겠다'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된다. 늘 지나서 뉘우치기만 하는 부족한 나를 여러 글속에서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들의 뉘우침은 내 뉘우침이기도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