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스승님이 계시는 방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다가 뒤따라온 아줌마에게 작게 말했다. 

[기웅이를 방 밖으로 보내면 데리고 나가세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곳으로요. 같이 물건을 사러 마트에 다녀오셔도 좋고요. 하여간 최대한 멀리 끌고 가주세요]
[제가 있어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가씨를 도울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내 옆에 있으면 나는 마음이 약해져 살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면 본능적으로 스승님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나만 살아남는다면 그 삶이 온전하고 행복할까? 내가 그 없이 살면 매일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없는 삶 대신, 내가 없는 죽음을 선택했다. 나는 손잡이를 돌리며 아줌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동안..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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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웅이는 스승님 옆에 앉아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손. 그 손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를 꼭 껴안았다.  

[너..무슨 일을 하려는 거니?]
[응?] 

나는 최대한 편안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뭔가 느낌이 그래. 너에게 맹세를 한 후로 내가 너의 기분을 좀 더 자세히 느낄 수 있다는 거 알잖아]
[그래, 그랬지. 깜빡했다] 

그는 불안한 듯 눈을 빠르게 몇 번 깜빡였다. 나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데..기웅아..난 널 선택할 수 없어] 

내 손 안에 있는 그의 손이 차가워졌다. 그의 표정도 어두워지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저 사람 때문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잡고 있던 손을 빼고는 다시 나를 껴안았다. 강하게, 점점 강하게 내 몸을 조였다. 

[나는 너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기웅이는 나를 밀친 후, 벌떡 일어나 복도를 쿵쿵 울리며 뛰어나갔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가 먼저 집 밖 어딘가로 가버려 감사하다. 나는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의 자물쇠를 돌리고 등을 문에 기댔다. 스승님이 누워 있는 침대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용감해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손톱이 박힐 만큼 센 힘으로 주먹을 쥔 후 숨을 크게 들이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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