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는데, 뒤에서 살아남은 프릭스들이 몰려왔다. 그레고리는 기웅이와 내 사이에 선 그들을 바라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넌..마타인가?]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머리 속으로 그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프릭스들은 이를 들어내며 그를 위협하려고 몸을 웅크렸다.
[흠..그는 운이 좋군. 매번 마타를 가지다니..]
[당신과 싸워야한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다만, 저들과 스승님은 건드리지 마세요]
그는 농담을 들은 것 처럼 웃었다.
[재미있군. 음? 그들이 다가오는데..]
그는 나보다 청력이 더 뛰어난지 아직 내게는 들려오지 않는 소리를 알려주었다. 여기는 나무들만 있는 곳이라 우리가 숨을 곳이 마땅치 않다. 나는 당황하여 프릭스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에게 나무 뒤로 가 숨으라고 명령했다. 그들이 모두 모습을 감추자 이제 나와 기웅이, 그리고 스승님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그레고리를 올려다보며 말을 했다.
[도와주세요]
그레고리는 미소를 띤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내 귀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500미터 쯤 떨어진 것 같다. 내 눈 앞에 있는 건물 근처까지 왔다는 뜻이다.
[제발..무엇이든 원하는데로 할테니..]
나는 애원했다. 그가 마침내 끄덕이고는 나와 기웅이, 스승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말을 하거나 움직이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나와 기웅이는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수의 뱀파이어들이 다가왔다. 그레고리와 1미터 쯤 떨어진 곳에 멈쳐서서 그를 바라보며 으르렁 거렸다. 나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뒤에 버젓이 우리가 서 있는데 뱀파이어들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며 오로지 그레고리에게만 관심을 둔다.
[너는 누구냐?]
그들과 그레고리가 대치하는 와중에 갈색 머리 뱀파이어가 뒤쪽에서 앞으로 걸어나왔고, 나는 그가 아직도 살아있음에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실버와 아는 사이. 그가 나를 불러서 왔는데..그는 어디 있지?]
[정말이냐?]
[의심스러우면 가서 확인해보던지]
쇠소리가 섞인 말에 그는 잠시 그레고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그의 존재를 확인했다.
[들어오면서 보니 문제가 있는 것 같던데..무슨 일이 생긴건가?]
[경찰들이 침입해서 그들을 저지하느라 싸움이 있었습니다]
[실버는 어디 있지? 나를 불러놓고 나타나지 않는 건 무례한 일인데..]
그는 이제 그레고리에 대해 경어를 쓰며 말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전해라]
그레고리는 자연스럽게 대꾸하며 몇 걸음 걸어나갔다. 나는 우리를 그대로 두고 가는 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무리들 앞으로 다가가자 뱀파이어들은 홍해가 갈라지듯 양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레고리는 뭔가를 들은 것처럼 자리에 우쭉 멈쳐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