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내기 위해 그들은 조건부인 동맹을 제안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나는 망설여졌다. 몇 명의 죽음이 따라올지 알 수 없고, 최악엔 그들 모두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우리가 이 곳에 오래 있을 수록 위험이 높아지니, 빨리 움직이자]
늑대는 나에게 이 일이 끝난 후, 맹세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따라온 프릭스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오소리들이 한 목소리로 맹세의 서약을 읊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들 모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기에.
간단한 맹세의 의식이 끝나고 나는 그들을 만지고 안아주었다. 내 몸에 그들의 떨림이 닿자 감정이 흔들리고 부풀어올라 그들은 무사히, 차례차례 사람으로 변했다. 에스더는 그 옆에서 미리 가져온 옷을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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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사가 한 시간 후 쯤 지급될 것을 확인했고, 그 때 급습하기로 결정했다. 에스더와 오소리들이 건물을 지키는 뱀파이어에게 다가가 유인하여 그들이 자리를 뜨게되면 나는 불을 붙인 연막탄을 계단 아래로 던질 것이다. 안과 밖에서 프릭스들이 음식을 주러온 뱀파이어들을 방에 가두면, 나는 스승님을 데리고 나올 예정이다. 부디 돌발 상황이 없이 계획대로 되기를 기도하며 프릭스들과 함께 건물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여느때처럼 검은 양복 차림으로 현관문과 그 주변에 서 있는 뱀파이어들이 보였다. 1시간이 흐르자 음식이 실린 카터를 밀고 들어가는 뱀파이어들이 왔고, 그들이 들어간 후 에스더는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가 몇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귀에 뱀파이어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뱀파이어는 아무리 문명화되고, 인간을 헤치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을 받았어도 본능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들 역시 진한 피의 향이 코에 와닿자, 나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침을 삼켰다. 이어서 내 귀에 그들의 작은 움직임이 들어왔다. 오소리들마저 피를 바닥에 뿌리자 뱀파이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잠깐 비우는 정도로 별일 있겠냐고 중얼거리며 냄새를 따라 발을 옮겼다. 에스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출발했다. 아마 뱀파이어가 흥미를 잃고 돌아오는 일이 없게 몇 미터 간격으로 피를 뿌릴 것이다. 그녀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뱀파이어들이 건물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살금살금 다가가 현관문을 열었다. 내 뒤로 바짝 따라온 나머지 프릭스들까지 모두 들어서자, 지하에 같혀 있는 프릭스들에게 식사 배달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금 밀고 오는 소리가 들려요]
[알았어]
나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음식을 배달하는 카터가 지나갈 수 있게 활짝 열어논 문으로 회색의 음침한 빛이 뿜어져나와 계단을 내려가기가 한 결 쉬웠다. 우리는 조용히, 줄을 맞쳐 계단을 모두 내려간 뒤, 몇 번의 구불거리는 복도를 꺽어들어가 첫 번째 방에 당도했다. 그 때, 복도 제일 안 쪽에서 쿵쾅거리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나는 연막탄에 불을 붙여 최대한 안쪽으로 던지며 프릭스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들은 즉시 그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 사이에 심호흡을 하고 첫 번째 방문을 열었다. 들어서는 순간 피냄새가 진동하여 숨이 막혔다. 그리고 바닥에 누군가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정면에 스승님은 잠이든 것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채, 모든 감각이 닫혀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