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왔어요]
에스더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 몸을 곧추세웠다. 그들은 어느새 사람으로 변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그 건물 가까이로 가서 경찰들이 그분을 구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혹시 마타님께 다른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니야, 너의 말대로 하자]
나는 에스더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차장 쪽으로 뛰었다. 그들과 함께 흰 건물이 보이는 곳에 갔을 때,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 뒤로 숨었다. 그곳에는 기대했던 경찰 병력 대신 무장을 한 낮선 뱀파이어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프릭스들이 다시 고양이와 토끼로 변신했다. 그들은 몰래 들어가보려는 계획을 나에게 설명했다.
[안돼. 저들은 뱀파이어야. 뚫고 들어가기란 불가능해]
[주변을 확인해보면 다른 진입로를 찾을 수 있을거에요. 마타님은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려 주세요]
[그래, 알았어]
에스더를 보며 끄덕인 후,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덧붙였다.
[기웅아, 조심해]
그는 내가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 털을 세웠다.
[다치지 말고..내 말 알지? 에스더도..]
[네,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될 거에요]
[좀 있다가 보자. 이름..불러줘서 고마워]
그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한 후 시야에서 사라졌고, 에스더 역시 살짝 웃어 보인 후 깡충깡충 뛰어갔다. 나는 그들이 남겨둔 옷가지를 들고 나무에 기대 앉았다. 뱀파이어면서 마타이기도 하니, 어찌보면 굉장한 능력을 가진 것 같지만 실재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투에 취약하니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저들을 물리친 후, 스승님을 구하러 들어가기도 어렵고 에스더처럼 혹은 기웅이처럼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계획을 짤 이성도 부족하다. 그들에게 의존해 이렇게 기다리고 걱정하는 게 다 인가 싶어 심장이 말뚝에 박힌 것처럼 조여들었다.
그 때 나와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 쯤에 건물을 지키던 뱀파이어 하나가 걸어와 멈춰섰다. 그는 담배를 피려고 주머니를 뒤지며 사각사각 땅을 밟는 소리를 냈다. 나는 깜짝 놀라 숨을 멈추고 그가 내는 잡음들에 신경을 집중했다. 담배를 꺼내 빨아들이고, 침을 뱉고, 하늘을 향해 연기를 쏘아올리며 피곤해 미치겠다는 짜증 섞인 욕설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그가 마지막으로 코 앞의 나무에 소변을 본 후 사라지자 나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바짝 조인 후, 눈을 감고 저 건물 안에 있는 프릭스들을 향해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그들을 불렀다. 만약 대답이 있다면 그 안의 상황을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몇 번을 시도해도 아주 약하게 지지직 거릴뿐 딱히 말다운 말이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보내는 메시지가 뭔가에 막혀 가지 못하던지, 그들이 받지 못할 상황이라는 결론이다. 어느 쪽이든, 별로 좋지 못하다. 초조함에 손을 주무르며 나무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데 에스더 혼자 돌아왔다.
[왜 너만 와?]
[기웅이가 하수구로 들어갔어요. 저는 몸집이 구멍 보다 커서..]
[아..그랬구나]
[저기..괜찮으시다면 다른 프릭스들을 오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다른 프릭스들?]
[네. 대장이라면 이런 일에 좀 더 경험이 많으니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물론 기웅이가 안의 상황을 알려줘야 가능하긴 하겠지만요]
[그럼 일단 나를 하수구 앞으로 데려다주고 갔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