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알았으니까 이러지 말고 빨리 가요, 제발!]
[집으로 돌아가 계십시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다. 그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경찰서 문을 나설 무렵엔 검은 색의 기동 경찰차 2대가 급하게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다시 정부 관료의 저택으로 차를 운전했다. 이대로 집에 간들 마음이 편할리 없고, 혹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무슨 일 생긴거야?]
[무슨 일이에요?]
머리 속에 프릭스들이 보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신호등에 걸리지 않으려고 샛길을 따라 거칠게 운전하면서 그들에게 대략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리로 갈게, 혼자 행동하지 마]
[고마워]
제일 처음에 든 생각은 위험할 수 있으니 오지 말라고 하려던 것이었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그 안에 있는 프릭스들을 누군가가 맡아야하고, 또 어쩌면 스승님을 구하는 일에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겠다고 에스더가 덧붙였다. 우리는 주차장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대화를 접었다. 그들도 달려오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나 역시 사고 없이 운전하려면 집중을 해야한다. 골목은 밤이라 얌체같이 주차해 논 차량들로 구석구석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조심해서 긁지 않게 운전해야 하지만, 나는 지이익 소리를 내며 거의 모든 차의 백미러를 떼어냈다. 요즘 가로등에 달려 있는 CCTV의 성능이 어느정도 일까 잠깐 고려해보며 악셀을 더 힘차게 밟아 마침내 큰 도로로 진입했다. 잠시 후, 속도계를 보니 180에 도달했다.
정확히 5분 뒤에, 주차장 건너편의 나무 밑에 차를 세우고, 그들이 도착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미터 쯤 뒤에 경찰 기동대의 차량 두 대가 세워져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안을 확인하려고 창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내 시력과 청력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은 이미 저택 안으로 들어간 게 틀림없다. 다시 내 차로 돌아와 차체에 등을 대고 서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샤샤삭 소리를 낼 뿐, 나를 둘러싼 주변은 전체적으로 음침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이유 없이 돋아오르는 소름에 입술을 깨물며 어둠에 감싸인 정부 관료의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저 안에 계실 스승님이 무사한지 알고 싶고,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를 껴안아주고 내 체취를 맡았던 게 혹시라도 마지막이 될까 싶어 그런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웃는 듯한 그레고리의 미소가 자꾸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