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설이다가 좀 더 다가가 반대편을 보기 위해 몸의 위치를 바꿨다. 왼쪽 눈으로 들여다보니 의자에 뱀파이어가 앉아 팔짱을 낀 채로 잠들어 있었다. 몸을 너무 바짝 대고 있었는지 문이 살짝 밀려들어갔다. 그 사이로 몸을 숙이고 고개를 들이밀었더니 잠든 뱀파이어의 얼굴이 보였다. 

[까...] 

비명이 나오는 입을 얼른 틀어막았다. 그는 얼마 전에 도망간 갈색 머리 뱀파이어였다. 또한 벽에 말뚝이 박힌 채 매달려 있는 건 사람의 피를 빨다가 잡혔던 바로 그 뱀파이어였다.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추슬러 뒷걸음질 쳤다. 그래도 프릭스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덜 떨리는 손을 주무르며 복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프릭스들의 소리는 이제 몇 단어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명료해졌다. 그러나 나는 겁에 질려 그들을 빨리 확인하고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되풀이했다.  

몇 개의 빈 방을 지나 왼 쪽과 오른 쪽 모두 뱀파이어가 들어있는 감옥 같은 방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말뚝 박혀 있지 않은 대신 뭔가 정신이 나간 듯 이상하게 행동했다. 마치 사람에게 포획당한 짐승이 겁에 잔뜩 질린 것처럼 이를 드러내고 문을 흔들어대거나 의미 없는 비명을 질렀다. 나는 당황해 그들을 자세히 보지 못하고 바로 지나쳐 좀 더 안쪽으로 뛰어갔다. 

드디어 내가 찾던 프릭스들이 가득한 방에 도착했다. 그 곳은 지금까지 본 방 중 가장 넓고 많은 생물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20마리는 넘어 보이지만, 서로 붙어 있거나 개중에는 구석에 숨어있는 놈들도 있어 정확하지는 않다.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대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들에게 마타임을 알리는 순간,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곧바로 털을 곤두세우고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를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렸다. 

[나는 문 밖에 있어] 

그들은 내 말을 듣자 모두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덜컹덜컹] 

한꺼번에 문에 부딪히거나 긁어대는지 나무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득 내가 걸어온 복도 저편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 그들에게 누군가가 온다고 알린 후 건너편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살짝 닫았다.  

[어?] 

입에서 또다시 놀란 목소리가 나오는데 스승님이 바로 입을 막으셨다. 내가 들어간 방의 문이 열려있었던 건 스승님과 3명의 뱀파이어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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