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안돼]
[저..20살 넘었어요]
[그래도 안돼] 

웨이터가 지나가길래 영화에서 본 것처럼 멋지게 술잔을 받으려고 했더니 바로 제지를 하며 그를 그냥 보내버렸다. 학교 앞에서 복장 검사하는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발끈해서 이빨 사이로 말을 흘렸다. 그래도 엄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드는 스승님에게 나도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런데 와서까지 그러시는 건 반칙이죠. 치사하게..]
[지금 네 모습을 보렴]
[제가 뭐요?] 

지나가는 커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뱀파이어들이 가득한 곳의 제일 나쁜 점은 청력이 너무 좋아 이 홀의 제일 끝에 있는 커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화가 좀 그런지 묘한 미소를 띤 여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기분이 한층 나빠졌다. 

[널 잡아먹고 싶어하는 놈들이 수두륵한데, 술이 들어가서 풀어지면 위험해]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라 잠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좋아요. 그럼 전 뭘 마실까요?]
[무알콜 칵테일] 

내 손을 잡고 사람들을 지나치며 걸어가는 스승님은 이 곳에 몇 번 와본 사람처럼 서슴없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아갔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인사를 받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폼이 칵테일 파티 전문가다. 문득 스승님의 진짜 모습이 뭘까 궁금해졌다.  

[정말 뭐에요?]
[응?] 

초록색의 찰랑거리는 액체가 담긴 길쭉한 잔을 내게 건네준 후, 바텐더로부터 자신은 독해보이는 갈색 액체를 받아 한 입에 쭉 들이키신 스승님은 한잔 더 주문하며 되물었다.  

[그동안은 학자인줄 알았는데, 싸움을 하는 걸 보면 경찰 같기도 하고..오늘은 파티 전문가라고 해도 믿겠어요] 

스승님의 부드러운 웃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스텐딩 파티의 특성상 바텐더에게 주문하는 곳에도 앉을 의자가 없어 우리는 등만 살짝 기댄채 서 있었다. 이곳에 온 이래로 가장 즐거운 웃음 소리라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멋진 웃음 소리가 홀의 다른 곳에도 들렸는지 그레고리라고 했던 뱀파이어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았다.  

[넌 내가 뭘하는 게 제일 좋니?]
[음..안 싸우고 돈 많이 버는 거면 뭐든요] 

그의 웃음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그렇게 웃어?] 

내 뒤에서 나긋한 음성이 다가왔다. 안 봐도 누군지 안다. 장애수당을 받으러 갔을 때 만났던 그...섹시한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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