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장이다]
[프릭스들도 집단생활을 해?] 

혹시라도 그가 나를 헤칠까 걱정이 되는지, 고양이로 변한 프릭스가 우리 사이로 들어와 그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고양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읊조렸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모여 있다] 

그가 늑대 특유의 무시무시한 울음 소리를 공중으로 내뱉었다. 그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광장을 둘러싼 나무들 속에서 여러 가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 너희들끼리 생활해? 내가 알기론 마타가 있어야 변신이 가능하던데]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딱딱하고 거친 음성은 그들이 여전히 나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알려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곳에 왔어. 너희들과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 

“너희들”이라고 말할 때 강조하듯 천천히 전달했다. 대장뿐만 아니라 무리의 다른 이들도 보고 싶다는 의미를 이해하길 바랬는데,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 길고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다. 광장 주변의 숲이 샤샤샥 움직이며 흔들렸다. 나무들의 검은 그림자 속에서 한 마리씩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와..] 

나도 모르게 입술이 움직였다. 그들은 얼핏 봐도 10여 마리는 넘는 숫자였고, 작게는 토끼부터 크게는 늑대까지 각양각색이 모여 집단을 이룬 상태였다. 그들은 광장의 반대편에서 늑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겁을 먹은 듯했다. 

[내가 무서워?]
[넌 뱀파이어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아..] 

그제야 삼차신경통이 멈추고 송곳니가 솟아올랐음을 알았다. 내가 아무리 부족하고 능력이 없는 뱀파이어라고 해도 피를 갈구하는 건 똑같으니 달빛에 간간히 송곳니가 들어날 때면 그들이 몸을 부르르 떠는 게 당연했다. 

[나는 너희를 해치지 않아] 

내 앞에 얌전히 엎드려 있는 고양이 상태의 프릭스를 들어 올려 감싸 앉았다. 머리를 쓰다듬고 가볍게 뽀뽀를 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옅은 달빛에 비친 두려움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늑대는 몇 걸음 뒤로 가 그들과 나 사이에 자리 잡았다. 앞발을 쭉 뻗어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편하게 자리를 잡자, 다른 이들도 따라했다. 지금 이 광장의 모습은 언젠가 책에서 본 고대 로마의 회의 장소 같아졌다. 발언자가 청중을 바라보며 중앙에 있고, 나머지는 둥글게 포진하여 원의 형태로 기다리며 수군거린다. 단지 청중들이 프릭스들이다보니 그들의 수군거림이 내 머리 속에 직접 전달되어 머리가 멍해진다는 게 다른 점이랄까.   

[나 말고 다른 마타를 만나본 적 있어?] 

내 말이 끝나자 그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높아졌다.  

[난 마타를 본 게 처음이에요]
[또 다른 마타가 있었어?] 

파도처럼 밀려갔다 헤일처럼 다가와 나를 한 번씩 건드리고 가는 소리들은 다른 마타라는 존재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당황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알아요] 

가늘고 높은 소프라노의 음성이 소음 속에서 똑똑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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