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내 옆으로 돌아온 프릭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
[너무 시끄러워. 한꺼번에 떠들어]
[그들이 여기 있구나]
[너,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가고 있었던 거야?] 

나는 머리를 지압하듯이 꾹꾹 누르며 말했다. 프릭스는 앞발 한 개를 들어보였다. 

[이 숲 어디 쯤 있겠지 하고 온 거야. 그들이 널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의 대화는 거대한 해일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십 개의 전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내가 들어야할 부분을 찾아내고 가려내는 건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그와 겨우 몇 마디 나눈 게 다인데 이제는 오른쪽 이가 들썩거렸다.   

[더는 못가. 내 앞으로 나오라고 해줘] 

광장을 둘러싼 나무들 중 하나에 기대앉았다. 무거운 머리를 단단한 나무에 붙인 후, 프릭스에게 부르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는 광장 중앙으로 걸어가 소리를 크게 내질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그는 쉬지 않고 불렀다. 야옹 거리는 소리가 다지만, 작게, 크게, 길게, 짧게 변형하며 끊임없이 광장 구석구석에 다다를 수 있도록 고개를 돌렸다.  

광장은 넝쿨들이 서로를 의지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빛은 그들의 작은 틈을 뚫고 들어와 바닥에 점을 수십 개, 수 만개씩 그리며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밝음을 만들지만, 전체적으로는 걸어오던 길목처럼 회색의 숲이라는 말에 걸맞게 여전히 어두웠다. 빛도 이기지 못하는 어둠. 그것이 이 숲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프릭스들은 이런 칙칙하고 외로운 곳에 모여 있을까? 나의 프릭스처럼 함께 살지 않고..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를 “나의 프릭스”로 취급한다는 걸 깨닫자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음 안에 마치 방이 여러 개 있어서 그도 사랑하고, 스승님도 사랑하고 있다는..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시작된 웃음은 다른 프릭스를 부르는 그의 소리에 맞춰 메아리쳤다. 그가 소리를 멈추지 않은 채 나를 돌아봤지만, 나는 여전히 웃느라 그에게 아는 척을 할 수 없었다.  

[왜?]
[무슨 일이야?] 

내 머리 속으로 그들의 질문이 들어와 손을 흔들자, 프릭스가 야옹 소리를 멈췄다. 나는 그제야 웃음을 누구러트렸다.   

[마타가 왔어. 너희 모습을 보여줘] 

그의 말이 끝나자 조용하던 광장에 여러 가지 잡음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나무를 건드리며 부르르 떠는 소리, 자박자박 밟는 소리, 서로의 몸이 부딪혀 만들어지는 소리 등이 귓가에 뱅그르르 돌았다. 하나, 둘, 셋..나는 눈을 감고 그들의 무리를 느껴보려 했지만, 광장을 가득 채운 소음들이 점점 커져 손으로 귀를 막았다.  

[조금만 참아] 

프릭스의 따뜻한 앞 발이 내 다리에 닿으며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잠시 동안 최고조를 향해 올라가던 소리들이 드디어 조금씩 낮아지고 줄어들면서 마침내 고요해졌다. 귀에 올렸던 손을 살짝 떼고 확인해도 더 이상 소음은 없었다. 그저 약하게 노래하는 벌레들의 합창 정도다. 그 때 어둠 속에서 광장 중앙으로 회색 늑대가 걸어 나왔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하고 민첩하게 내 앞까지 와 멈쳤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가 마타인가?]  

그의 낮고 거친 음성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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