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사건과 병원에서의 수술로 경찰들은 그가 프릭스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래도 다행인건 스승님 덕분에 끌려가지 않고 집에 머문다는 점이다. 대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 중 일부는 연구소의 직원인 듯 프릭스의 혈액을 체취해가고 그의 입 안에서 세포를 떼어가는 등, 상당히 귀찮게 행동했다.   

 [끌려가지 않은 걸 보면, 스승님은 엄청 높은 자리에라도 계시나봐] 

프릭스는 아직도 기분이 별로인 듯, 창문가에 앉아 구름이 흘러가는 것만 바라보며 나의 말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귀찮은 이들이 모두 가버린 후라, 그는 사람으로 변해 스승님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젠 쉽게 변신하네]
[처음엔 위험할 때뿐이었는데, 이제는 아무 때나 가능해]
[오호~]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며 웃었다. 

[니가 원하던 대로 된 거 같은데, 기분이 왜 별로니?]
[내가 만약에 호랑이였다면..니가 다칠 일도 없고, 내가 이런 무력감을 느끼지 않았을 거야]
[그건..]
[위로하지 마. 비참해져] 

나는 입을 닫았다. 그에게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내용이 무엇이든 위로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대신 좀 더 가까이 앉았다. 공허하고 힘없는 눈은 나를 보지 않으려는 듯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목숨을 구해준 용사를 위한 선물]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더니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나는 벗어나려고 하는 대신 그가 원하는 대로 품에 안겨 있었다. 기분이 나아지길 바란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몸이 조금씩 떨려오는 게 느껴져 혹시 우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어떤 감동을 참지 못해 숨을 헐떡이는..그런 행동이었다. 이어 참기 어려운 뭔가를 내뱉는 듯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넌 나의 마타야]
[뭐?] 

그의 말은 내 머릿속에서 커다란 폭탄이 되어 펑 터졌다. 당황하여 꿈틀거리자, 그는 나를 풀어준  뒤 창가에서 일어났다. 내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앉히고는 무릎을 꿇었다.  

[나의 주인, 나의 목숨. 당신은 내 영혼의 마타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에게 내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붙잡고는 긴 키스를 했다. 마침내 그가 떨어지자 할 말을 잃은 나는 한참동안 굳어 있었다.  

[뭐...뭐한 거야, 지금?]
[마타에게 바치는 프릭스의 맹세입니다]
[그런 말투 그만해. 그냥 평소처럼 말해]
[다른 프릭스들은 그렇게 할 거랍니다]
[다른 프릭스들이 있어? 어디?] 

그는 창 밖 숲을 가리켰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잠시 방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를 마타라고 고백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고, 그는 언제나처럼 빙글빙글 미소를 짓는 대신 기사인 양 근엄한 표정으로 내 입만 바라보았다. 

나는 한 숨을 쉰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처럼 소름 돋게 말하면 널 이 집에서 쫓아낼 거야. 그렇게 되면 너하고 나는 다시 볼 수 없어. 그래도 좋아?] 

황급히 고개를 흔드는 프릭스. 

[좋아. 그럼 맹세란 걸 하기 전처럼 편하게 말하고 행동해. 그럴 수 있지?]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을 했지만 딱히 다른 선택이 없음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앉아]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앉혔다.   

[언제부터 안거니?]
[다른 프릭스를 만나 마타와의 교감에 대해 들었을 때]
[한참 전이네]
[응. 다만 확신이 안 들었는데, 병원에서 해준 말 덕분에..] 

그 말에 화가 치밀었다.   

[그 후로도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넌 하질 않았어!] 

그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말하긴 해야 하는데, 말하면 혹시라도 널 잃게 될까봐..]
[그럼 지금은 왜 하는 건데?] 

내가 팔짱을 끼고 방을 왔다 갔다 하자, 그는 두 손을 들며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그 순간 화를 주체할 수 없어져 그를 거칠게 밀어버렸다.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누운 프릭스는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너를 사랑해] 

나는 돌처럼 딱딱히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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