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때?]
[제법 살만해. 내 옆구리에 구멍 안 났냐?]
[주먹이 들어갈 만큼 큰 거 하나 있어] 

스승님은 우리 둘이 이야기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셨다. 사실, 고양이 상태라 그의 앞발을 잡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나누고 있어 굳이 나갈 필요는 없었다. 문 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미소와 함께 나를 환영해주었다. 그는 상상했던 거 보다 더 처참했다. 작은 몸통엔 붕대를 많이 감아 미이라 같아 보였고, 코엔 산소 호흡기를, 앞발엔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성한 구석이 전혀 없었지만, 그는 씩씩하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농담을 건냈다.  

[몇 명만 잡히고 대장은 도망갔어]
[분명히 복수하러 올 테니, 이젠 그 집으로 돌아가면 안되겠다]
[응. 스승님이 너 수술할 동안에 이사할 수 있게 처리하셨어]
[날 이곳에 데려온 것도 그 사람이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머릿속으로 그의 한숨이 들렸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형편없다 싶어서..]
[아니야. 이번엔 니가 주의를 끌어줘서 살았잖아. 나 벌써 두 번이나 너에게 목숨을 빚졌어. 그건 스승님도 못하신 일이야]
 

그래도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나는 불편한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마타에 대해 말을 꺼냈다.
 

[도서관에 갔던 건 찾았어?]
[아니. 자료가 전혀 없었어]
 

그는 흐릿해진 푸른 눈을 느리게 떳다 감았다. 
 

[스승님에게 물어봤는데..기분 나쁘지 않으면 마타가 뭔지 말해줄게]
[뭔데?]

그가 관심을 보이자 나는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앉았다.

[프릭스를 지배하는 사람이래. 몸과 마음 모두를. 대단하지?]
[그리고?]
[프릭스는 마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친다고 하던데..그래서 마타와 프릭스는 몸과 마음이 모두 연결되어 있데]
 

콜록콜록...
고양이 상태라 우리처럼 콜록거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느낌의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 몸의 상태도 좋지 않은지, 눈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이야기하고 그만 쉬는 게 좋겠다. 의사 말이 이대로만 좋아지면 며칠 안에 퇴원 할 수 있데]
[응. 좀 자야겠어]
[그래]

나는 그의 앞발을 살짝 토닥인 후 일어났다. 회복실문을 열고 나가면서 뒤돌아보니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병원을 나왔더니 초승달이 높이 떠있었다. 스승님은 차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시는 중인데, 오똑한 콧날과 갸름한 목선이 반짝거렸다. 나는 계단에서 멍하니 쳐다보다가 뒤에서 나온 누군가와 부딛혀 넘어질 뻔 했다. 스승님이 재빠르게 다가와 내 몸을 잡아주시며 웃으셨다.
 

[왜요?]
[너다워서..]
[치! 저 이래봬도 오늘 호랑이를 죽였다고요]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잡고 차로 갔다. 조수석에 앉아 운전하는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스승님이 먼저 손을 잡아주셔서 두근거렸다.

[프릭스하고 너..텔레파시가 통한다고 했었지?]
[네]

운전을 시작한 이래 한마디도 안 하던 스승님이 갑자기 물어보셨다.

[얼마나 멀리까지 가능하니?]
[음..집에서 도서관 정도인가..아니면 집에서 경찰서..하여간 그 걸 넘어서는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프릭스와도 텔레파시가 되고 있니?]
[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서 되물었지만, 스승님은 정면만 응시한 채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피곤이 몰려와 의자에 푹 기댔다. 차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몸이 흔들리다보니 수마의 파도에 실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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