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나를 공격하고 괴롭힌 이들이 도망간 나를 쫏아왔다가 호랑이와의 싸움에 숨죽이고 있었던 듯했다. 나는 주의를 끌기 위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들과 마침내 눈이 마주치자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쓰러져 있는 프릭스 앞에 착지했다. 얼핏보니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와 고여 있는 게 세게 부딪히면서 다친 게 틀림없었다. 프릭스가 흘린 피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덜덜 떨리는 손을 억지로 참으며 제일 앞에 선 뱀파이어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나는 뱀파이어가 된 이래 가장 많은 피를 섭취하여 근육이 아플만큼 부풀어 올라 있었고, 파워도 점프도 막강한 상태라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의 몸통을 잡아 나무쪽으로 던지자 쿵 소리가 나며 땅이 흘들릴 만큼 세게 부딛혔다. 5-6명이 동시에 달려드는데, 누군가 그 안으로 파고들어와 그들을 무자비하게 목을 비틀고 집어던졌다. 나에게 덤빈 갈색 머리 뱀파이어를 상대하며 쳐다보니 바로 스승님이었다.
[딴 데 정신 팔지 말아!]
내 등에 주먹이 내리 꼿히는 느낌에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스승님의 벼락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세게 털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갈색 머리 뱀파이어와 원을 그리며 빙글 빙글 돌았다. 서로에게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공격할 찬스를 찾는데 그가 갑자기 거꾸로 점프를 하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쫏아가려고 몸을 돌릴 때, 스승님이 따라가지 말라고 명령했다. 숨을 씩씩 내쉬며 그를 바라보니 손에 프릭스가 들려있었다.
[빨리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야한다]
피가 잔뜩 묻은 채 기절한 프릭스가 눈에 들어오자 파괴와 공격의 기질들이 얼음에 밖힌 것처럼 확 사그라졌다.
[여긴..어떻게 아셨어요?]
[경찰들과 함께 너희 뒤를 따라왔어]
다른 경찰들이 들 것을 가져왔다. 사람이 누울 정도로 큰 들 것에 작은 고양이가 누우니 더 가슴이 무너졌다. 그가 길고 검은 구급차에 실리자, 나도 같이 올라탔다. 그 안에 있던 뱀파이어 한 명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거칠게 이를 드러내며 공격할 의사를 비치자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내주었다. 내 옆에는 스승님이 앉았다. 우리 차가 출발할 때, 쓰러져 있던 다른 뱀파이어를 태운 호송차가 따라오는 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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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 된 건가요?]
[응. 다행이 내장이 다치지 않아서 회복이 빠를 거라고 하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뱀파이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실에 들어간 프릭스는 1시간 뒤에 회복실로 옮겨졌다. 그동안 나는 피가 가득 묻은 옷을 태운 뒤, 스승님이 가져다준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전부 잡았어요?]
[우리가 갔을 때는 창고에 두세 명 밖에 없었다]
내가 상대하던 갈색 머리 뱀파이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시며 호랑이를 누가 처리했는지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제가요]
스승님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한 걸음 성장했구나]
어떻게 한거냐고 묻는 대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나는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절대적인 믿음이 느껴지는 지금, 뱀파이어가 된 게 자랑스러웠다.
[앞으론 운동 열심히 할께요]
주변을 살펴보자 특별히 우리를 주시하는 눈길이 없어, 재빨리 스승님의 뺨에 뽀뽀했다.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보고는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질문을 들이밀었다.
[스승님..혹시 마타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왜?]
그의 어깨가 살짝 굳는 느낌이 들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프릭스가 그거 때문에 도서관에 간다고 나갔었거든요. 서재에 있는 책들은 다 뒤져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마타는 프릭스의 영혼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을 의미한다]
[아..그렇구나]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중환자실과 수술실 건너편이라 이렇게 스승님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뱀파이어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들이 지나갔다. 그들의 힘들고 지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스승님과 함께 있어 기댈 수 있음에 감사해졌다.
[프릭스에게 마타는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은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대신 죽을 수도 있다는..그런 뜻이에요?]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회복실 문 앞에서 간호사가 우리를 불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