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양이의 가장 큰 장점은 낙법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엄청난 고도에서 떨어진 게 아닌 이상 공중에서 몸을 돌려 안전하게 착지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가 당황하여 갑자기 떨어졌고, 아래에는 호랑이가 버티고 있으니 그가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나는 앞으로야 어찌되든 호랑이의 입 속으로 그가 들어가기 전에 받아내기 위해, 바닥으로 점프했다. 공중에서 흙바닥까지 몇 초면 도착하기 때문에 호랑이의 입과 프릭스의 낙하 속도를 확인하며 내가 착지할 위치를 잡았다. 내 앞으로 호랑이가 입을 벌리며 달려왔고, 두 손으로 프릭스를 잡자마자 건너편 숲 속으로 던졌다. 이제는 내가 살아야 할 차례라, 호랑이의 거대한 입을 피해 몸을 옆으로 굴렸다. 뱀파이어가 낼 수 있는 속도는 1초에 40 미터까지 가능하지만, 그것은 타고났다기 보다는 지속적인 경험과 몸이 단련 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운동을 싫어하고, 도움을 받는데 익숙하니 그런 속도를 낸다면 기적이다. 결국 호랑이는 나무에 몸을 부딪친 후 도망치려고 바로 일어서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긴 발톱 여러 개가 포크처럼 등에 꽂히자, 나는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완벽하게 등을 꽤 뚫지는 못했지만,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들어간 발톱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호랑이의 표호가 숲 속에 쩌렁쩌렁 울릴 무렵,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내 몸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손에 묻혀 핥았다. 호랑이의 다른 앞발이 내 어깨부터 나머지 팔 쪽으로 긁어내려가는 게 느껴지지만 고통은 피의 섭취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내가 흘린 피가 많아졌지만, 나는 단 한 번만 힘을 낼 수 있다면 호랑이를 물리치고 내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추수리려 몸을 곧추 세우는데 호랑이가 갑자기 날뛰었다. 동시에 발톱이 박힌 내 등도 같이 털썩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 피를 핥던 손이 바닥에 거칠게 쓸렸다. 고개를 돌려 호랑이를 올려다보았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다시 돌아온  프릭스였다. 그가 호랑이의 귀를 물고 매달려 있었다. 

 

[그만하고 도망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지, 아니면 듣지 않기로 했는지 여전히 귀를 문 채 호랑이의 얼굴을 마구 긁었다. 호랑이는 나머지 앞발로 그를 떼어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프릭스를 앞발로 쳐서 날려보냈다. 나는 온 몸의 근육을 타오르게 해 그 반동으로 발톱이 밖으로 밀려나가도록 힘을 주었다. 내 몸이 마침내 호랑이에게서 벗어났을 때, 프릭스는 이미 나무 정면에 부딪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였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화가 치밀어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 무시무시한 앞니들이 어깨에 박혀도 아프지 않았다. 두 개의 거대한 앞발을 들어 허리와 다리를 내리찍어도 두려움 없이 호랑이의 배를 공격했다. 다른 곳은 털로 덥히거나 발로 공격을 막을 수 있어도 분홍색 살이 드러난 배는 빈틈이 보였다. 내 이가 마침내 배를 물어뜯어 살점들이 떨어지자, 호랑이는 나를 떼어내려 몸을 이리저리 굴렸다. 내 다리가 공격을 받아 너덜너덜한 게 느껴지지만, 호랑이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입으로 들어오다 보니 재생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두 손으로 호랑이의 상처를 헤집으며 내장이 보일만큼 깊고 넓게 상처를 벌리자 호랑이는 공격을 포기하고 흙바닥에 무너졌다. 나는 멈추지 않고 호랑이의 피를 마셨다. 재생에 필요한 양은 이미 채웠지만, 이 피는 마셔도 된다는 정당성을 스스로 인식하며 호랑이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입에 묻은 피를 대충 닦은 후에야, 프릭스를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몇 걸음 걸었을 때, 그가 있는 쪽으로 다른 뱀파이어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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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읽기 2010-10-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까.. 잠시 생각해 보다 갑니다..

최현진 2010-10-03 16:0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세레스 2010-10-0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여린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랑이와 싸워 이겼네요. +ㅁ+

최현진 2010-10-05 20:45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은...결국 주인공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