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나뭇가지는 강한 앞발의 힘에 부러져 떨어졌다. 내가 어쩌면..이라고 예상했던 동물은 호랑이였는데, 실재로 나온 동물도 호랑이였다. 싸움을 시작도 하기 전에 프릭스가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무에서 뛰어내려 그와 호랑이 사이에 착지했다. 호랑이는 갑작스러운 바람과 움직임에 놀란 듯, 온 몸의 털을 곧추세우며 멈쳤다. 나는 바닥에 닿자마자 프릭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도망가라고 하니까 뭐 때문에 이래?]
[너 혼자 죽게 나둘 수는 없어]
스승님의 발끝을 신경 써서 봤던 게 도움이 될 줄 상상도 못했다. 나를 들쳐 매고 지붕과 나무 위를 날아다니듯 움직였던 것처럼, 나는 흙바닥에서 바위에 왼 발끝만 살짝 닿게 해 반발하는 프릭스를 들자마자 건너편 바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 위로 점프했다. 우리 둘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자 밟고 지나갈 수 있는 나무가 있는지 돌아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호랑이는 내 행동 때문에 기분이 별로 인 듯, 낮게 으르렁거리며 우리가 있는 나무 밑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호랑이가 나무를 앞발로 치자, 하늘을 가리고 있던 수많은 나뭇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우리 역시 균형을 잃을 뻔 했지만, 바로 옆의 가지를 붙잡아 약간의 흔들림을 겪은 후에 다시 안정을 찾았다. 주변에는 이제 막 자라고 있는 나무들 뿐이라 내려가지 않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넌 알면 알수록 묘한 데가 있어]
[뭐가?]
눈은 나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우리를 올려다보는 호랑이에게 고정시켜둔채 되물었다.
[너무 약해서 뱀파이어가 맞나..싶기도 하다가, 또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면 뱀파이어는 뱀파이어구나..]
[시끄러워!]
그가 몸을 들썩이며 웃자, 나도 긴장이 조금 풀렸다. 만약 이 상황에서 나 혼자 호랑이와 대치해야한다면 아무 것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와 함께 있으니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이 된다는 걸 느꼈다. 스승님과 있을 때면, 그에게 매달리는 어린아이가 되는데 비해, 프릭스 앞에서는 스스로의 안위를 챙기는 어른이었다. 그것이 그와 스승님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의 차이다.
[만약에..무사히 집에 돌아가면..한 번 생각해볼게]
[뭘?]
프릭스 역시 호랑이가 신경 쓰이는지 위협적인 소리를 낸 후, 나를 쳐다보았다.
[프릭스, 너에 대해..]
내 말이 그렇게나 놀라운 것일까? 프릭스는 자신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넋을 뺀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호랑이가 있는 바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