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마타..]

작게 중얼거리며 책을 뒤적거렸다. M자로 시작되는 곳을 아무리 뒤져도 마리타나 마타 같은 건 아예 없어 한 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또 다른 의학서적 몇 권을 한꺼번에 꺼내 좌판에 물건을 진열하듯이 책을 쫙 늘어놓았다. 머리와 허리를 수그리고 책을 이리저리 뒤지는데 정원 쪽에서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쥐나 작은 동물인가 싶어 무시하려고 했지만 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 이어져 귀를 쫑긋 세웠다.

[창문이 열려있어. 안에 누가 있는 거 같은데..]
[그래? 신속하게 처리하자]  


청각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상태라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나를 감시하는 경찰관들인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대화 내용이 이상해, 창가로 다가가 몸을 숨긴 채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세 네 명의 남자들이 몸을 낮추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집을 살피려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달빛에 노출된 그는 창고에서 프릭스를 괴롭히고 때리던 검은 머리 뱀파이어가 확실했다. 나는 깜짝 놀라 바닥으로 엎드린 후, 기어서 서재를 나갔다. 방문을 닫고 그 앞에 의자와 장식장, 책상 등을 쌓아올린 후, 복도를 달려가는데 서재의 창문을 통해 그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막고 현관문 쪽으로 뛰어갔다.

소리가 나지않게 살살 현관문을 열며 머리 속으로 프릭스를 불렀다. 우리의 텔레파시가 몇 킬로미터까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경찰서에서 불렀을 때는 그가 왔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문 밖으로 왼쪽 발을 내미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으로 접근하는 게 틀림없다. 이대로 가면 그 누군가와 마주쳐 잡힐 게 뻔하니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문을 잠근 뒤, 벽에 있는 두꺼비 집을 내렸다. 그 즉시 집 안의 모든 전기가 나가버려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울 만큼 캄캄한 암흑이 사방에 내려않았다. 나는 벽을 더듬어 거실임을 확인한 후, 커튼을 조금 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쾅쾅쾅...

서재 창문으로 들어온 뱀파이어들이 열리지 않는 문을 부수려고 몸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때마다 쌓아올린 물건들이 하나 둘씩 떨어졌다. 현관문도 무섭게 흔들리다가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쪼개지며 달빛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서재문도 부셔졌다. 양 쪽에서 뱀파이어들이 거실을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져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들의 움직임을 귀로 들으며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딱 두 가지라고 판단했다.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경찰들이 침입 사실을 알고 도와주는 것과, 저항 없이 깨끗하게 잡혀가는 것. 전자가 가장 좋지만 어떻게 그들에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가까이에서 기척이 들린다]

누군가가 동료에게 말했다. 뱀파이어의 청각은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아도 기본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알아챌 것이라 생각했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는 걸 알지만,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가 1미터도 안 될 때까지, 나는 통나무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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