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근육질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소리가 귀로 들려왔다. 지독하게 예민해진 신경은 어딘가 있을 스승님을 찾느라 바짝 열려 있었고, 그로 인해 질문을 하던 남자가 욕설을 내뱉다 멈추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민시영씨, 다시 대답하세요. 어떻게 변했습니까?]

[프.....릭....스]

정신은 약물에 저항해 비명을 지르며 그와 동시에 진실을 말하려고 프릭스를 내뱉었다. 비명 속에 섞인 말이 마침내 밖으로 나왔고, 나는 몸을 흔들며 다리로 침대를 거칠게 밟았다.

[민시영씨, 정확하게 다시 대답해주세요. 어떻게 변했습니까?]

몽롱해지는 정신 너머로 집에 있을 프릭스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되내였다.

쾅...

방문이 열리며 다급하게 들어오는 스승님이 보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살려달라고 손을 뻗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스승님의 고함 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오자 다시 뭔가가 내 안에서 터져 입 밖으로 나왔다. 검은 피 덩어리였다. 스승님은 두 사람이 만류하자 그들을 발로 차 때려눕힌 후, 벨트를 풀려고 다가왔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폭주하는 뱀파이어로 변해 스스로 벨트를 끊었다. 일어서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는 스승님에게 달려들었다. 스승님은 간신히 옆으로 굴러 내 공격을 피했으나, 대신 근육질의 남자가 다리를 잡혔다. 그를 거꾸로 들어올려 왼쪽 벽에 던졌다. 그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벽에 부딪히자 곧바로 달려가 그의 두 다리를 잡았다. 내 입에서는 짐승의 소리가 흘러나오며 그의 다리를 양 쪽으로 잡아당겼다. 

[안 돼! 멈 춰!]

스승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만 내 정신은 그의 말을 따를 생각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오로지 피, 피를 원했다. 귀를 울리는 비명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다리가 조금씩 찢어지는데 등 쪽에 화끈한 기운이 느껴져 그를 놓쳤다. 척추를 관통하는 통증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팔을 거꾸로 돌려 허리에 붙은 무언가를 떼어내려 꽉 움켜지고 돌아보니 고양이 상태의 프릭스였다. 내 등에 이와 발톱을 꽉 밖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의 통증이 심해져 다른 손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빈 주사기를 잡았다.

[크르르르]

내 입에서는 경고의 소리가 나왔다. 프릭스를 찌르기 위해 주사기를 든 손을 허리 쪽으로 돌리며 힘을 가하는데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아주 작은 기억이 순간적으로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그 기회를 틈 타 앞으로 다가온 스승님이 손을 세로로 세워 내 목과 가슴을 단번에 쳤다. 순간 몸이 칼에 맞은 듯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주사기를 놓쳤다. 통나무 같은 몸이 천천히 앞으로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폭주로 멍해진 머리 속에 프릭스가 보내준 작은 기억은 “송곳니는 없지만 뱀파이어로써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말과 내 차가운 손을 잡아준 그의 따뜻한 손이었다. 그것이 그가 폭주한 뱀파이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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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2010-09-1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에에에엥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