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의외의 수확물인데..]
차가운 뱀파이어의 손이 철창 속으로 들어와 머리를 쓸어 올리자 프릭스는 이를 드러내며 만지지 말라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크르르 거리다가 뱀파이어의 손가락을 물어 피 몇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야생의 습성이 강하군. 내 피를 마시면 변종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데 마실래?]
실험이라도 할 것처럼 피를 손가락에 묻혀 프릭스의 입 근처에 가져갔다.
[먹었어?]
[맞혀봐]
나는 참지 못하고 또 끼어들었다. 프릭스는 바로 영상을 정지시키고 약 올리는 답변을 보내왔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장난하지 말고 빨리 말해..라고 외쳤다.
[안 먹었어.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무슨 냄새? 내 피도 그런가?]
질문이라기보다는 중얼거림처럼 낮게 속삭였다. 그가 이 말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반은 긍정일 듯한 침묵이라 기분이 나빠야 하지만 나도 그의 냄새에 화를 냈었음으로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흥미를 잃었는지 창고를 나갔어. 난 철창 바닥에 그대로 있는 피 때문에 속이 울렁거릴 만큼 힘들었지]
그는 고통의 강도를 알려주고 싶은지 부르르 떨리는 음파를 연속으로 보내왔다. 나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프릭스는 영상을 틀었다.
1시간 쯤 지나자 풀숲에서 사람을 물던 뱀파이어를 양 쪽에서 잡고 들어서는 이들이 보였다. 프릭스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이를 드러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디다 두지?]
[데리러 올 때까지 적당히 묶어두자]
그들은 늘어진 뱀파이어를 프릭스가 든 철장 옆의 쇠기둥에 묶었다. 그리고는 허밍을 하며 지나가려다가 철장 바닥에 있는 피를 보았다. 그들은 철장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저 놈 건가?]
[글쎄..]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앞머리를 붉게 물들인 뱀파이어가 먼저 손을 뻗어 피를 찍어먹었다. 그러자 쳐다보던 검은 머리의 뱀파이어도 슬쩍 맛을 봤다.
[대장님꺼잖아!]
둘은 화들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데..피를 먹어보면 누구 건지 어떻게 알아?]
프릭스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나는 그가 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뱀파이어의 피에는 자기만의 독이 들어있어서 맛이 달라. 그래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지문 대신 피를 보관시켜. 기억을 잃은 뱀파이어가 있으면 피를 대조해서 신원 파악을 하거든. 너, 피가 당긴다는 속담 들어본 적 있지? 우린 가족이나 연인들이 특히 그래]
[신기하네. 너랑..그도?]
프릭스는 묻고 싶지 않은 걸 묻는 것처럼 말을 질질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