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어. 그냥..혈액인가 보다 했지]
[그럼 어떻게 알았어? 마셔보기라도 한거야?]
[고양이가 혈액을 어떻게 먹어? 우유처럼 핥아 마실까?]
그는 상상을 하자마자 토하는 시늉을 하며 나를 흘겨보았다. 그 모습이 웃겨 나도 모르게 프릭스의 등을 툭 쳤다.
[어! 어..어]
내가 장애가 있고 초짜 뱀파이어긴 하지만 어느정도의 힘은 있기 때문에, 생각 없이 한 행동으로 그는 창문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괜..찮아?]
나는 얼른 정원으로 뛰어내렸다. 1층이지만 바로 밑에 울퉁불퉁한 돌로 만들어진 정원이 있어 다쳤을까봐 걱정 되었다. 몇 번을 불러도 아무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더럭 겁이 났다. 1층에서 떨어져 죽은 고양이 소식은 들은 바 없지만, 뱀파이어의 힘 때문에 어딘가 부러져 기절한 게 아닌가 싶었다. 달빛에 바닥을 살펴보니 베고니아 꽃들 사이에 은색 털의 고양이가 쓰러져 있었다.
[정신 좀 차려봐, 응?]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프릭스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달빛에 비쳐보았다. 숨을 쉬는지 보려고 얼굴을 코 가까이로 가져갔다. 그 순간, 푸른 눈을 번쩍 뜬 고양이가 내 입술을 혀로 핥았다.
[야!]
[하하하하하]
그는 그 순간 사람으로 변신했다. 나체도 민망하고, 조금 전의 일도 당혹스러워 나는 등을 돌렸다. 그는 그런 나를 내버려두고 창을 뛰어넘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가 1분쯤 뒤에 이불로 몸을 둘둘 싸고 창틀 앞에 나타났다.
[거기 계속 그러고 있을 거냐? 이리로 와]
[싫어!]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귀로 그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어왔다.
[어디 갔다 오니?]
[그냥..바람 좀..답답해서요]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며 서 있던 스승님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어두워보여, 어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또한 좀 전의 일을 알고 기분이 나빠진 건 아닌지도 궁금해, 그의 안색을 살피며 거실로 들어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혈액 잔을 건네주었다.
[프릭스...어떻게 할까?]
나는 코를 막은 채 피를 마시다가 놀라서 컥 소리를 냈다. 스승님의 표정은 좀 전과 달라진 건 없지만 팔짱을 낀 채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잔을 가슴까지 내린 후 혀로 입술을 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