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하고 대장간의 대문마저 닫힌 밤이다. 친구를 만나러 나간 새지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다. 물론 요괴라 사람보다는 힘이 세지만, 가는 곳마다 새지를 먹고 싶어하는 요괴들 때문에 위험이 가득하다. 혼자 보낼 때는 별 일 없으리라 믿었는데, 아버지의 잠자리를 봐드린 후에도 감감 무소식이니 찾으러 나가야할 것 같다.
[새지?]
막 방바닥을 훔친 걸래를 들고 나오는데 검은 개가 터벅터벅 마당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등허리에 몸을 축 늘어트린 새지가 쓰러져 있어 깜짝 놀랐다. 한 걸음에 다가가서 보니 온 몸이 피투성이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공격을 받은 게 틀림없다.
[도..련..님?]
[좀 어떠니? 괜찮아?]
몸을 닦여 핏물을 그럭저럭 빼내고 평상에 눞혔다. 검은 개도 행색이 말이 아니어서 흙과 나뭇잎을 털어주었다. 그제야 몸이 개운한 지 기지개를 켜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많이 아파요.흑...근데 여기..엉덩이 까진 거 엄청 빨갛죠?]
[그래. 너 또 어떤 녀석이랑 붙은거야?]
[거대한 요괴요]
[뭐?]
[아주 정확히 본 건아닌데..머리가 산만했어요]
세상엔 내가 모르는 요괴들이 많으니 새지가 설명하는 게 좀 과장되었다 싶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물을 마시고 나니 좀 살 만해진 새지는 일어나 팔과 다리를 흔들어보며 이만하길 다행이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어쩌다가 이리되버렸니? 피가 많이 뭍은 걸 보니 상당히 위험했던 거 같은데..]
[제 피가 아니에요]
[그럼? 그 요괴 피? 니가 이긴거야?]
[설마요..저기~저 녀석꺼에요]
[누구?]
새지는 싸리문 밖을 가리켰다. 평상에서 일어나 낮은 싸리담장 밖을 보니 내 어깨정도 올만한 녀석이 안을 슬쩍 슬쩍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