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건너 마을에 사는 친구에요]
[오호..너도 친구가 있었구나] 

하늘은 잠시동안 구름을 빠져나온 달이 반짝이며 빛을 뿌려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곧 몰려온 구름이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나는 평상에 누운 채로 별 뜻 없이 중얼거린 말인데, 새지는 자존심이 상한 듯 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물론이죠! 제가 말씀을 안 드려서 그렇지 친구가 엄청 많아요]
[내가 보기엔 다들 널 먹고 싶어하는 눈친데..친구들은 안 그래?]
[아마..먹..고 싶기야 하겠죠] 

새지는 대화가 이쯤 이르자 꼬리를 내렸다.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무적의 팔색조이지만, 변신의 고통을 못 이겨 반쪽 짜리 삶을 사는 요괴이고, 워낙이 맛이 좋다는 평이 자자해 거의 모든 요괴들이 새지를 먹으려고 안달한다. 실재로 얼마전에 우리는 무시무시한 무리들에게 쫏겨 죽을 뻔 하기도 했다.  

잠시 할 말을 찾는 듯 머뭇거리던 새지는 머리를 흔들며 벌떡 일어나 평상 위에 두었던 막대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팔짝 뛰어 검은 색 개 위에 올라타고는 이랴! 이랴!라고 외치며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왠만한 개라면 아픔 때문에 새지를 내팽개칠텐데, 이 개는 느릿한 몸짓으로 일어나 나를 한 번 바라본 뒤 싸리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다녀올께요~~~] 

새지의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가 한참 동안 들려오다가 사그라들었다. 나는 다시 하늘이 무섭게 어두워지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가 계시는 방으로 들어갔다. 장정 두-세명이 누우면 꽉 찰 작은 방이지만 우리에게는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방 안을 쓱쓱 문질러 닦았다. 내일은 내가 대장간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들어야 한다. 닭이 울 때 쯤 일어나면 또 늦는다. 머리를 배게 댄 지 얼마 안 되었다 싶은데 벌써 가물가물 정신이 흐트러진다. 문득 새지는 호랑이 고개를 잘 넘었는지 궁금하다. 그곳은 무섭고 큰 동물들이 자주 나타난다고 하여 밤엔 사람이 얼씬 안하니까. 물론 반쪽 짜리 요괴라 해도 요괴는 요괴니까 호랑이한테 잡혀 먹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

[에헤라~가자~가~자~] 

새지는 서둘러 호랑이 고개를 넘으려고 애마의 엉덩이를 막대기로 몇 번 쳤다. 검은 개는 그 때마다 몸을 움찔하지만 속도를 올릴 의지가 없는지 여전히 느릿느릿이다. 고개에 들어설 때만 해도 달빛 때문에 숲 길이 훤히 보였지만, 중반 쯤 올랐을 때 엄청난 구름 떼에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다. 길 양 편의 검은 숲은 바람이 휘돌아 갈 때면 소름끼치는 소리를 한바탕 내지르며 부르르 떨어 오싹한 느낌이 새지를 강타했다. 종종 뒤를 돌아보며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지만, 목 뒤를 서늘하게 하는 바람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윽...] 

갑자기 돌풍같은 바람이 등 뒤에서 달려왔다. 그와 함께 온 몸을 뒤덮을 양의 나뭇잎이 타원을 그리며 뒤따라와 새지와 검은 개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것들을 털기 위해 개가 심하게 떨자 새지는 바닥에 떨어졌다. 바람에 실려온 고약한 피비린내에 몸을 돌려 뒤를 보자 거대한 머리를 가진 요괴가 바람과 함께 새지를 향해 달려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      

[으아아아아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