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개니? 이 근처에선 못 보던 놈인데..]
[헤헤..] 

내 물음에 바로 대답을 안 하고 웃기만 하던 새지는 뭔가 엄청난 발표라도 하는 사람처럼 가슴을 쫙 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제 말입니다!!!]
[뭐? 말? 이건 갠데..]
[물론 개죠. 하지만!! 오늘부터는 제 전용 말이라고요. 요즘 요괴들 사이에 말 하나 없음 가난뱅이라고 놀림받거든요]
[너희들은 날아다닐 수 있으면서 굳이 말이 왜 필요하지? 살아있는 생물은 먹이고 재우고 신경써야 할 게 많은데..] 

내 말에 새지는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당당하게 말했다. 

[입 하나 더 는다고 도련님 살림이 망하기야 하겠어요? 지금도 어차피 한 끼 먹잖아요] 

새지는 결국 자신의 말이라고 부르는 개 마저도 내게 의탁시키려는 수작이었다. 그럼 그렇지..라고 중얼거리며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자리를 떠나려 몸을 돌렸다. 

[이랴!!!이랴!!] 

새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얇은 막대기를 들고 검은 개 위에 앉아 엉덩이를 때렸다. 물론 개는 말처럼 히이이힝 거리는 대신 멍멍 거리며 몸을 뒤흔들어 새지가 물에 풍덩 빠졌다. 

[널, 주인 취급을 안하네, 쯧쯧] 

큰 소리로 웃는데 새지가 씩씩거리며 개를 발로 찼다.


                                                                 *


밤이 되자 하늘은 구름이 가득해져 달빛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어디선가 갑자기 돌풍이 물어오자 숲을 가득 매운 나무들이 소스라치게 놀란 듯 몸을 심하게 떨었다. 나뭇잎들이 인적이 없는 길 위에 흩날려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가벼운 돌들은 돌풍에 내리막길을 굴러가다가 나무 기둥에 부딛히며 생채기를 만들었다.  


돌풍이 점점 더 세지며 작은 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휘어지자, 거대한 머리를 가진 요괴가 입을 벌리고 숲속을 헤치며 날아간다. 그의 몸집이 만들어낸 그림자와 구름에 가린 달빛 때문에 보이지 않던 요괴 한 마리가 바로 앞에서 잡힐 듯,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는 중이다. 


거대한 머리의 요괴가 입 속에서 뿜어낸 바람을 정통으로 맞자,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간신히 도망가던 요괴가 나무에 부딛히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의 몸 위로 거대한 머리의 요괴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
 

나는 마당의 평상 위에 누워 팔배개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중이고, 새지는 아직도 저녁 밥그릇에 미련을 못 버렸는지 마당까지 끌고와 핥는다. 가끔 사람이 지나가면 평상 밑에 엎드려 있는 검은 개가 고개를 바싹 들고 으르렁 거리려 목을 가다듬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도련님, 저 나갔다 올께요]
[지금?]
[네. 마루랑 약속을 했는데 좀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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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읽기 2010-06-0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 문게판에서 님의 학마을 이야기를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입니다..ㅎㅎ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님의 서재에까지 와 버렸네요..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잠시 뒤로 하고 뱀파이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 입니다.
음..님의 글에 대한 느낌이면 느낌이랄까.. 마치 기름기 쏙 뺀 담백하고 달지 않고도 맛있는 간이 제대로 맞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랄까?...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건필해 주세요...

최현진 2010-06-07 21:36   좋아요 0 | URL
아..꿈읽기님..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뵙다니..놀래습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우니 지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최현진 2010-06-07 21:36   좋아요 0 | URL
아..꿈읽기님..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뵙다니..놀래습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우니 지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