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헤어져서 사람들을 구경을 하는데 풀 밭 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어. 고양이로 있을 때면 5킬로미터까지는 감시가 가능하거든. 어떤 남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흡혈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혀 모르더라]
[뱀파이어들은..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환각을 만들어]
[아..]

달빛이 자정을 지나면서 더욱 짙어졌다. 은색에 푸른빛과 흰색을 섞어 내려 보내니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좀 전에 그런 말을 들어서 일까..나도 모르게 심장이 약간 빨라졌다. 서로의 생각이 활짝 열려 있는 상황에서 내 두근거림이 들키면 곤란해질 것 같아 헛기침을 하며 그의 말을 재촉했다.

[그 때는 사람의 모습이라 뱀파이어를 떼어내려고 달려드는 데, 갑자기 2명의 뱀파이어가 뚝방 쪽에서 뛰어왔어. 그 중 한 명이 달려들어 손톱으로 공격하는 바람에 나는 나무에 부딪히면서 고양이로 변했어. 프릭스는 위험한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변신하거든. 그 덕분에 니가 준 옷이 찟어졋는데도 나는 약간의 상처만 입고 살았지]

벤치에서 발견한 파자마가 기억났다. 걸레조각 보다도 더 자잘히 찢겨진 게 뱀파이어의 짓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가 죽을 뻔한 그 순간에 나는 돈 받을 생각으로 룰루랄라 했으니..또 한번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내가 빨리 갔어야 했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 만약에 니가 그 때 왔다면 같이 잡혀갔을 꺼야. 그들은 그만큼 강했어]

내 머릿속에서 그가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그는 고양이로 변신하자마자 뒤에 서 있던 뱀파이어에게 잡혔다. 또한 피를 빨던 뱀파이어도 질질 끌려 뚝방 쪽으로 갔다. 그들은 그 곳에서 잠시 서 있었다. 흐릿한 달빛 속에 긴장감이 높아질 무렵, 검은 차 한대가 낮은 엔진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검은 머리의 뱀파이어가 뒷 트렁크를 연 후, 피를 빨다 잡힌 뱀파이어를 거칠게 집어넣고 문을 쾅 닫았다. 또한 달려가 풀밭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함께 데려왔다. 그의 목은 다른 뱀파이어가 독으로 뒷정리를 하여 약간의 상처가 남아있었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다. 차안에는 운전사와 두 명의 뱀파이어, 그리고 목이 물린 희생자와 프릭스가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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