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이렇게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면..모든 게 평화롭고 고요해서 눈물이 나곤 했어]

그는 혼자 독백을 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조용히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그의 생각을 들었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나는 고양이의 눈으로 이 모든 것들을 봤어. 하얀 달도, 검은 숲도, 귀에 들려오는 작은 벌레의 움직임도..경이로움 그 자체였어. 내가 고양이의 모습이나마 감사하며 살기로 했을 때, 자연은 가장 훌륭한 친구고 부모였지. 너에게..스승님이라는 사람도 그런 거니?]

그는 마지막 말을 끝낼 때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나는 입을 열다가 다시 닫았다. 아마도 고양이의 모습으로 그는 좀 전의 상황을 모두 듣고 있었을테니, 지금은 말보다 생각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뱀파이어가 된 후 눈을 떴을 때, 스승님이 내 몸을 감싸 안고 집으로 데려오셨을 때, 송곳니가 없어 고통스러워 할 때, 그리고 그와 함께 공부하고 여행을 했을 때..

[스승님이라는 분..지금 너에게 전부인 걸 알지만, 앞으로는 나에게도 다가갈 기회를 줘. 너와 나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잖아?]

나는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눈이 저토록 깊은 바다를 품고 나를 바라보다니..내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만큼 백지가 되었다.

[너하고 내가 이렇게 연결되는 게..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해. 너로 인해 내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믿어]

그는 자신의 앞발을 내 손 위에 올렸다. 뱀파이어의 차가운 피부와 고양이의 뜨거운 손은 서로의 체온에 녹아들었다.

[어떻게 돌아온 거야? 어디 있었어?]

그는 화제를 전환하려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 다시 머리를 정면으로 돌려 정원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쉈다. 아마도 좀 더 우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겠지만 지금의 나는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가득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