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 좀 보여줘]
[네~] 

아직 해가 덜 떴지만, 일찍 일을 시작하는 농부들이 대장간에 들렀다. 떡보가 대장간 앞의 평상에 호미, 삽, 낫 등을 펼칠 동안에 곡괭이를 가지러 창고에 다녀왔다. 

[어제 새로 만든건데, 조금 뻑뻑하지만 길만 잘 들면 열 사람 몫을 할거에요] 

나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자랑했다. 사실, 이 물건은 만들 때 조금 도왔기 때문에 꼭 내가 팔고 싶었고, 만약에 사간다면 왠지 오늘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았다. 농부는 곡괭이를 들고 위에서 아래까지 꼼꼼히 살폈다. 그동안 쓰던 것과 비교도 해보며 가격도 물어보더니 내 바램대로 샀다.  

[그렇게 좋냐?]
[그럼요!] 

떡보가 정리를 마치고 손을 탁탁 털며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신나게 소리쳤다. 

*

 [도련님~물 놀이 해도 되요?] 

아직 본격적으로 여름은 아니지만, 화로 속에 불이 가득하다보니 대장간 안은 푹푹 찐다. 내가 풀무질을 시작하자, 새지는 대장간 반대편의 제일 으슥하고 그나마 시원한 기둥가에서 머리를 축 늘어트린 채 헥헥거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휘리릭 날아와 외쳤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지는 바람처럼 대장간을 나가버렸다. 

[물 채워라] 

[네~]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전히 대장간의 막내라 예전에 비해 조금 대우가 좋아졌다고 해도 허드렛일을 피할 수 없다. 풀무질하던 것을 옆 사람에게 맡기고 물통을 찾아들고 대장간 문을 나섰다.  

[시원하다...] 

마치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한차례 세게 불어 기분이 한 결 좋았다. 이마에 맺혀있던 땀방울들을 대충 훔치며 물레방아 쪽을 보니 새지가 웬 검정 개와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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