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약해 달리기를 오래 못하다보니 다리에 들어설 무렵에는 뛰기를 포기하고 걸어가는데, 새지가 반대편 구석에서 삿갓을 쓰고 낚시를 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응. 왜?]
[이 마을에 새로 들어온 요괴에요]
[사람 같아보이는데..]
[옷을 저리 입고 삿갓을 써서 그런거죠]
[왜 삿갓을 쓴거야?]
[해가 싫다나..저도 잘 모르지만 저 멀리 서역에서 왔데요]
[오호..]
그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고구려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본 적이 없어 항상 궁금한데, 내 주변엔 경험담을 들려줄 이가 없다.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니 다리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 앉아 대나무 막대기에 긴 줄을 매달아 놓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리를 지나기 위해 요괴의 옆으로 걸어가는데 우리의 기척을 느꼈는지, 삿갓이 옆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서로 매우 가까워졌을 때, 요괴가 삿갓을 들어올렸고, 그와 새지가 눈을 잠시 마주친 후,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침이 고이는 걸 느끼자마자 걸음을 서둘렀다. 역시 새지의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느낀게 틀림없다. 새지를 데리고 있으면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번진다는 것. 그 덕분에 여러 번 목숨을 걸고 도망치거나 싸워야 했다. 이 요괴는 수행을 제법 했는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낚시대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살짝 확인하고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늦었다~]
[죄송합니다. 서두를께요]
대장간 앞에는 떡보가 어느새 도구들을 꺼내 진열하는 중이었다. 그의 이마에 벌써 땀이 맺혀있는 게 눈에 들어와, 미안한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