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잠이 들었다. 나를 부르는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자 내가 저지른 추악한 짓을 처음부터 다시 볼 수 있었다. 피를 마시기 위해 바닥에 주저앉고, 아줌마를 때리고, 스승을 깨물어 피를 핥은 일. 나를 둘러싼 암흑이 조여와 쉬지 않고 내뱉은 위액을 무릎까지 차오르게 만들고, 이어 허리를 지나 목에 다다를 때에도 고통스러운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시큼한 액체가 코와 눈을 잠식할 때 나는 영원히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시영아..시영아..]

스승님의 목소리다. 위액의 바다속을 유영하듯 다가오는 그의 낮은 음성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이윽고 내 몸 근처에 도착한 그의 말이, 그 한 단어 한 단어가 내 몸을 감싼 후 잡아당겼다. 잠들지 말라고, 깨어서 용서를 빌라고..

엄마가 나에게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행동을 하든 사랑한다고 속삭여준 단어다. 그것은 외롭고 불안한 내 마음에 한 가닥 희망이 되어 기쁨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이 또한 뱀파이어가 되게 만든 동기였다. 그리고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사랑은 내 마음 속에서 또 다른 싹을 틔웠다, 스승님에 대한 연정이라는 모습으로. 그러나 나는 몹쓸 짓을 저질러 내 사랑에 스스로 상처를 입혔다.

[몸은 좀 어떠니?]

이마에 닿는 손길을 느낀 후, 무거운 눈을 천천히 뜨자 천장에 붙여둔 해바라기들이 보였다. 내 방이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스승님의 목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그대로 천장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스승님이 왜 미안하세요? 뭐 때문에요?]

소리를 질렀다. 미안함, 죄송스러움, 그리고 이 상황에서도 포기 못하는 짝사랑에 가슴이 쿵쾅거리다가 조금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스승님의 말 한마디에 폭발한 것이다. 내 갑작스러운 반응에 그는 쭈뼛거리며 손을 거뒀다.

[내가 너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까]
[말씀하셨던들 제 행동이 달라졌을 것 같진 않아요]
[아니, 넌 달랐을 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
[그건 제가 아니죠, 스승님이 바라는 뱀파이어 일뿐. 나는 본능만 남아있고 자기절
제가 전혀 안되는 미친 뱀파이어에요. 현실이 그렇다고요!]

방안이 마침내 고요해지자, 오로지 나와 스승님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의 머뭇거리는 듯한 행동은 내 눈물을 보았을 때 멈췄다. 잠시 후 스승님은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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