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져 나는 뱀파이어로서 발휘할 수 있는 청각적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내 마음을 고백하면 지금의 상태마저 사라지고 스승님을 볼 수 없게 될까봐 꼭꼭 숨겼지만, 때로는 입 밖으로, 눈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아 항상 조심스럽다. 그러나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잡아주신 손이 생물학적으로는 차가워도, 나의 마음에는 가장 따뜻했고, 어쩌면 조금은 나를 마음에 담아주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봤었다. 그러나 스승님이 내 마음을 알지만 동시에 곤란해 하신다는 걸 이 대화로 깨달았다. 내 짝사랑은 좀 더 오래, 깊게 묻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지워야할지도..

와장창...쨍그랑..

갑자기 현관문에 달린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졌다. 계단에서 바닥으로 바로 뛰어내려 한 걸음에 현관문 쪽으로 달려갔더니 스승님과 아줌마가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어깨 너머로 머리를 집어 넣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고양이 상태의 프릭스였다.

[나..돌아..왔어]

그의 희미한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암흑과 정적. 그는 부르르 떨다가 기절했다.

[스승님, 도와주세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여기로 돌아오기 위해 그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목숨을 걸었는지 흙투성이 몸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그런 나를 잠깐 보신 뒤, 프릭스를 들고 손님방으로 걸어갔다. 내가 그 뒤를 따라가는데 프릭스의 몸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눈은 피에 고정된 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참으려고 해도 혀가 그 피를 핥으려고 마지막 관문인 이를 거세게 두드린다. 눈에 핏발이 서면서 벌벌 떨리던 무릎이 꺽였다. 피를 보고 흥분한 나를 아줌마가 말리려고 팔을 붙잡는데 배고픔에 정신이 나간 나는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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