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도련님, 언제 그 유명하다는 대장장이가 되실 건가요?] 

새지는 마치 내가 대장장이라는 사람으로 뽕하고 변신하기라도 할거라 기대하는지 눈을 반짝인다. 

[시끄러워! 니가 한 번 해봐라. 이게 쉬운 일인 줄 아냐?] 

안그래도 한 여름이라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는 데, 불 앞에 있자니 죽을 맛이다. 오전 내내 풀무질에 매달렸더니 팔이 떨어지게 아프다. 새지는 아까부터 주머니 속에서 부채질을 하면서 살살 웃는다. 

[정진아~불이 약하다]
[네에~] 

다시 죽어라 풀무질을 한다. 그 때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삿갓을 쓴 중이 대장간 앞에 서있었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살짝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백제. 그곳에 제어하기 힘든 요괴가 나타났다고 하네]
[죽이시지는 않으실거지요?] 

그는 삿갓을 살짝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법사는 히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그의 옆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여인이 얼굴에 탈을 쓰고 서 있었다. 아마도 얼굴을 심하게 다친 것 같다. 

[주머니 속의 그 놈이 무서워서 이제는 함부로 살상을 할 수 없어] 

그가 뒤돌아 가는 것을 바라보던 새지는 공중으로 떠올라 자신의 모습을 팔색조로 바꾸었다. 순간 빛이 반사되어 수만가지 색이 공중에 뿌려졌다. 

[도련님, 전 언제가 되야 야철신이 될 수 있을까요?]
[내가 대장장이가 될 때쯤?]
[그럼...밥이라도 좀 넉넉히 주세요] 

그 말을 마치고 새지는 휙 날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아름다운 날개짓을 보며 문득 그 날의 내 변화에 대해 곰곰이 되씹어 본다.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을 해결할 만큼, 또는 아버지를 모함한 자들에게 복수를 하거나, 무찌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 고통을 피할만큼 강하지 못했다. 늘 나약했기  때문에 두려움에 감싸여 살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참아내는 것,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새지와 만나고 나서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날 나는 두려움을 이기고, 모두를 살리기 위해 마음의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증오와 미움, 아픔, 사랑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인간과 요괴의 생김새는 다르나 분명한 것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상대가 무엇이든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가지고 기적이 생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믿는 또 한가지는 언젠가 미래에 나는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고, 새지는 고구려 최고의 신인 야철신이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날을 위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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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끝났습니다. 곧 2부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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