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오늘..언제쯤 시작하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 앞에 앉으며 물어보니 점심 무렵 부터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안채를 나와 걸어가는데 사당 근처가 안개로 자욱하다. 이 곳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낀 것이 꺼림칙하다. 사당은 어제와 다르게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법사가 단정히 앉아 염불을 외우는 중이다. 그는 나의 기척을 들었는지 뒤는 돌아보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팔색조를 깨우는 제를 올릴 것입니다] 

나의 대답은 듣지 않고 두 손을 모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옆에는 단지를 연 채 들고 있는 여인이 조용히 서있었다. 그의 소리에 따라 제일 앞 줄의 첫 번째 종이에 불길이 솟아올라 글자가 태워지며 연기로 변하였다.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단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연기. 나의 귀에는 어젯밤 꿈에서 본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또한 그들의 원성도 들린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누구도 살아있는 존재를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이 요괴라 하여도 생명이 있는 것은...그 스스로만이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나는 여인이 들고 있던 단지를 빼앗았다. 단지를 바닥에 던져 깨뜨린 후 바닥에 떨어진 팔색조를 안아 들었다. 단지 안에 들어갔던 연기는 쉬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사라졌다. 

[팔색조를 내려 놓으십시요. 그렇지 않으면 결박할 것입니다] 

얼굴을 찌푸린 법사는 엄한 목소리로 다그치듯 말하였다.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다른 요괴들을 죽이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인륜? 이것들은 요괴일 뿐. 죽고 사는데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도련님은 팔색조를 살리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지금 제를 올리지 않으면 이제는 하루도 살지 못할 만큼 약합니다] 

손안의 새지가 색이 희미해지고 있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무엇을 선택하여도 나는 평생 후회를 할 것이다. 그러나..새지와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그것 역시 받아들여서 마음에 간직하는 편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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