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
그녀가 새지를 몰래 꺼내 우리 동네 근처에 놓아주는 장면이 머리 속에 들어왔다. 그녀 역시 인간의 마음을 지닌 존재다. 그 마음이 새지를 불쌍히 여기고, 주인의 악행을 가슴아파하는 것이다.
[그 녀석은 어디 있니?]
[저 단지 안에 있습니다]
[정말로..살아나는 데 그 방법 밖에 없어?]
[저도 팔색조에 대한 것은 잘 모릅니다. 온전한 세상에서는 팔색조를 보려면 몇 천년에 한 번이라서요. 아..주인님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빨리 돌아가십시요]
사당에서 급하게 나와 안 채로 돌아갔다. 이미 잠을 잘 수 있도록 모든 채비가 되어 있어 바로 자리에 누웠으나 여러 가지 생각에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새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의 요괴들을 죽여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없이는 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가 없다니...그 것만이 전부라니..
어둡다. 주변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디선가 작은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것은 요괴들..흐느껴운다. 울음 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리고 그들의 검은 손들이 내 목을 조여온다.
[으아악!]
죽음의 고통을 느끼다가 눈을 번쩍 떠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하늘이 흐려 비가 내릴 것 같다. 바람도 제법 쎄게 불어 나뭇가지들이 끊임없이 흔들린다.